한국일보

굶지만 않아도 행복하다

2011-03-0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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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힘든 것 중의 하나는 굶는 것이다. 굶는 것이란 끼니를 먹지 못한다는 것이다. 끼니란 하루 세끼 먹는 밥이다. 김지하 시인이 “밥은 하늘”이라 했지만 밥을 굶는 것처럼 비참한 것도 없다. 먹어야 사는데 먹지 못하니 살 수 없다. 결국 굶어서 죽는다. 굶어 죽는 것 이상으로 슬픈 것도 드물 것이다.물론, 금식이다 단식이다 하여 의도적으로 굶는 사람도 있다. 종교적 의식 중 하나인 금식은 곡기는 먹지 않고 물만 마시는 것이다. 그렇게 3일, 7일, 10일, 보름, 한 달 내지는 40일까지 굶기도 한다. 40일 동안 금식하고 금식 후 음식 조절을 잘못하여 죽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금식자들은 음식을 잘 조절해 좋은 결과를 갖는다.

여기서 말하는 굶는 것은 종교적 금식이 아니다. 돈이 없어 식량을 구하지 못해 끼니를 떼우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 나이 60대나 70대 이상의 한인들은 굶은 경험들이 많을 줄 안다. 6.25 전후에 태어나 전쟁 중 먹을 것이 없어 온 가족이 강냉이 죽으로 끼니를 떼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니 그 보다 더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사람을 고문할 때 쓰는 방법 중 하나가 잠을 안 재우는 방법이 있다. 때리는 방법도 있다. 물고문이라 하여 코에다 물은 넣는 방법도 있다. 거기에 전기로 사람의 몸을 지지는 방법도 있다. 일본이 한국을 점령했을 때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이런 고문을 당했을 것이다. 그 중 밥을 안
먹이는 고문도 있어 사람을 굶겨 죽이는 방법도 있다.


“사흘 굶어 도둑질 안 할 사람 없다”란 말이 있다. 먹을거리를 살 돈이 없어 굶어 본 사람들은 이 심정을 알 것이다. 가난이 무엇인가. 가난이란 잣대는 바로 먹을 것이 없어 굶는 것을 가난이라 할 수 있다. 그래도 미국에 사는 사람들은 가난하다고 할 수 없다. 미국 안에서 굶어죽는 사람들은 거의 없기에 그렇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단 한 끼도 굶지 않고 살아 온 사람들은 정말로 행복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앞으로 굶지 않고 살아갈 수 만 있어도 행복한 사람들이다. 가진 돈이 많지 않아 남 보다 조금 못한 생활을 하는 것은 불행이 아니다. 진정으로 불행한 사람들은 먹고 싶어도 돈이 없어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굶는 백성들은 아프리카에 사는 사람들과 북한일 것이다. 아프리카는 한 사람이 하루 1달러로 생활비를 유지하는데도 그 1달러가 없어 사람들은 굶는다고 한다. 미국에서의 1달러는 커피 한 잔 값도 안 된다. 그러나 그들은 그 돈이 없어 굶어 죽어가는 것이다. 아프리카에 버금가는 곳이 바로 북한이다. 북한의 식량난은 전 세계가 잘 알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도 그동안 미국과 남한이 꾸준히 식량을 지원해 왔었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 사태 이후 끊기고 말아 북한의 식량난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이렇게 가중돼 백성은 굶고 있지만 북한은 지난 2월16일 북한 독재자의 생일을 맞아 쏟아 부은 돈은 얼마나 많은가.

몇 년 전 홍수로 인해 경작지가 물바다로 변하고 추수할 것이 없자 북한 주민들 수백만 명이 아사, 즉 굶어 죽었다고 한다. 그래도 북한의 권력계층들은 초호화로 살아간다고 하니 이런 나라가 아직도 존재한다는 그 자체가 신기롭기만 하다. 북한에 사는 주민들이 언제까지 굶어야 이 나라가 제대로 될지 궁금하기만 하다. 백성을 굶주리게 하는 나라, 언젠가는 무너질 날이 올 것이다. 지금 중동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민주화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민주화시위가 왜 일어나나. 결국 백성들이 잘 못 먹고, 잘 살지 못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백성들을 배불리 먹이고 편하게 살게 해 주는데 지도자를 왜, 물러나라 하겠는가. 누가 그런 지도자를 독재자라 부르겠는가.

독재자가 왜 독재자인가. 백성들은 굶어죽는데 자기 배만 불리니까 독재자란 말을 듣는 것이 아닌가. 밥이 하늘이듯이 인간은 먹어야 산다. 먹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문화적이지 못해도, 좋은 집에 좋은 차를 타고 다니지 않는다 해도 좋다. 뭐 행복이 별거냐? 굶지만 않아도 나는 행복하다”고 어느 친구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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