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안전·차압매물 투자 몰려‘양극화’

2011-03-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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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업용 부동산 시장 달라진 모습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예상 외로 선전 중이다. 큰 폭의 가격폭락 사태도 없고 침체 수준도 우려했던 것만큼은 아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조심스럽게 회복 조짐까지 보이고 있어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회복 수준이 금융위기 직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당시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는 구입 대상 건물만 담보물로 설정하는 ‘논 리코스’(non Recourse) 융자가 성행할 정도로 상업용 융자 규정이 느슨해 일부 비이성적인 투자를 부추기기도 했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최악의 한해로 기억될 2009년을 거치며 이같은 느슨한 융자는 사라졌고 상업용 부동산 거래도 뜸해졌지만 최근 상황이 많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클래스 A 매물에는 여전히 구입문의가 쇄도하고 여러 명의 바이어들이 구입 경쟁을 해야 할 정도다. 따라서 이들 매물의 CAP 레이트도 신용위기 직전 수준으로 내려가고 있는 실정이다. 상업용 부동산 투자자들의 투자 판단을 돕기 위해 최근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펀더멘털들에 대해서 알아본다.


기업수익 급증·소비증가로 상업용 활기
A급 매물 오퍼경쟁, 급매물 헐값 눈독도


최근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는 투자 양극화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수익률이 안정적인 건물과 위험률이 높은 부실차압 자산으로 투자 자금이 양분되고 있다.

■기업 수익 개선
기업들의 수익이 최근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인 점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가장 큰 호재다. 기업들은 아직 부동산 구입에 적극 나서고 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국 경제 회복이 안정 궤도에 진입했다는 인식이 일단 퍼지기 시작하면 기업들에 의한 상업용 부동산 구입 러시 현상이 이뤄질 것이고 부동산 구입에 필요한 자금을 비축한 기업들이 많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연방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말 현재 기업들이 투자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기 자금’(internal funds) 규모가 사상 최고치인 611억달로인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의 자기 자금은 잉여 이익 비축분으로 기업의 재투자 활동에 사용될 수 있는 자금이다. 따라서 기업들이 필요시 상업용 건물 구입에 사용할 수 있는 ‘탄약’을 이미 충분히 비축해 두고 있는 셈이다.
연방 정부가 금융시장에서 양적완화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펀더멘털에 도움이 되고 있다. 연방 은행은 지난달 6,000억달러 규모의 2차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할 뜻을 밝힌 직후 국채 대량매입을 통해 자금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오고 있다. 또 지난해 가을 연방 정부가 중소기업들의 투자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약 300억달러 규모의 재원을 마련키로 한 것도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는 긍정적이다. SBA 융자 한도액이 확대돼 중소 기업들에 의한 직접 사용할 용도의 건물 구입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익이 개선된 기업들이 사업확장에 나설 경우 고용시장을 견인하는 효과도 발생한다. 이같은 기대를 반영해 고용시장에 대한 밝은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 최대 상업용 부동산 업체 CBRE의 짐 코스텔로 자문위원은 올해 중반부터 약 1년간 매달 평균 약 10만개의 일자리가 신규로 창출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코스텔로 위원은 “현재 고용시장에 대기중인 숙련된 구직자 풀의 규모가 안정적”이라며 “경제가 회복되면 이들 숙련 구직자들이 바로 현장에 투입돼 경제 회복을 가속화하는 역할을 맡아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자 지출 증가

고용 및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지출이 조심스럽게 증가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말(11~12월)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5.7% 증가해 당초 증가 예상치인 2.3%를 2배 이상 훌쩍 뛰어 넘었다. 올해 소매판매 전망 역시 매우 밝다. 전국 소매연합에 따르면 올해 소매판매는 지난해 보다 약 4% 증가하며 2006년 이후 최고 증가폭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소비자 지출증가 전망에 제조업체들도 그동안 멈췄던 기계를 재가동하기 시작했다. 경제 회복을 기대하는 업체들은 그동안 비어있던 창고를 제품으로 채우는 등 활발한 제조활동을 펼칠 준비 중이다. 상업용 부동산 업체 그럽앤엘리스의 로버트 바흐 연구원에 따르면 제조업계의 활발한 움직임에 힘입어 지난해 2분기 산업용 건물의 공실률이 전국적으로 약 0.3%포인트 하락했으며 이에 따라 약 10억평방피트에 달하는 건물이 새 입주자를 맞게 됐다.

바흐 연구원은 “신흥시장으로의 수출 활동이 활발해지기 시작한 2009년 말부터 제조업 주도로 산업용 건물 공실률이 하락하기 시작했다”며 “미국 경제가 더블딥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사업을 재개하거나 확장하려는 사업주들이 늘고 있는데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는 큰 호재”라고 업계 현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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