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딱 5,000달러

2011-03-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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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클럽

2월 하순들어 부동산시장이 조금 활기를 띄는 것 같다. 시장의 매물이 어느정도 줄어 들어가고 괜찮은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 마치 독수리가 병아리를 채어 가듯이 기다리고 있던 바이어에게 금방 팔려 버린다. 내용이 조금 약한 주택은 가격이 내려져서 다른 바이어에게 팔리고,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은 가격이 조금 세거나 상태가 조금 떨어지는 매물들이 대부분이고, 숏세일로 은행과 진행중인 매물들이 계속 액티브한 매물로 나와있는 상태이다.

바이어의 매매 문의 전화가 조금 잦아졌다. 본격적인 2011년의 매매 시기가 조금씩 다가오는 느낌이 물씬 든다. 이 때가 정말 집을 사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올해든 내년이든 집을 조만간 집을 사야 한다면 이 때를 놓치지 말기 바란다. 조금 더 기다리면 셀러시장으로 접어들어가서 가격이 올라가기 시작하고 그때가 되면 가격을 흥정하기도 힘이 든다.

바닥까지 보면서 기다리지 말고 무릎에서 사는 것이 좋다고 몇번을 이야기해도 바닥을 기다리는 바이어에게는 바닥이아니라 배꼽까지 올라가는 경우를 많이 본다. 무릎이다 하고 생각하면 그게 바닥인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면 그리 틀리지 않는다.


일전에 오래된 고객의 소개로 한 중국 고객을 소개받아서 괜찮은 집을 사드렸다. 그 중국 바이어는 이곳 발렌시아로 이사를 올 계획이었으나 바이어의 중국 내 비즈니스가 마무리되지 않아서 향후 1, 2년은 새로 산 집을 렌트를 주어야 한다고 해서 바로 테넌트를 구해서 렌트를 해주고, 렌트 계약과 기타 관리, 자금의 국제전금 등 세부적인 세세한 일까지 깔끔하게 마무리지어 주었다. 렌트를 해 준 테넌트의 크레딧 점수가 낮아서 Security Deposit과 몇개월치 렌트까지 한꺼번에 받아 주었더니 깜짝 놀란다. 그래서 그랬는지 중국내 친구들 몇 사람과 같이 투자금을 만들테니 투자방법을 일러 달라고 했다. 의외로 필자의 고객 가운데 몇몇의 중국 고객들은 한번 믿은 친구는 끝까지 믿는 것 같다.

필자가 무슨 말을 해도 무조건 OK이다. 그래서 더욱 더 신경을 써서 내집 같이 매매를 해 주어야 하고 관리를 해주고 있다. 더욱이 중국 고객들은 일부 우리 한인고객들과 같이 집을 사고 난 뒤에 냉장고, TV, 세탁기 등 은근히 또는 노골적으로 에이전트로부터 선물을 기대하는 것이 전혀 없다. 오히려 작은 선물을 해주면 손사래를 흔든다.

자기가 저녁을 대접해야 한다고 해서 한두번 LA의 차이나타운에 끌려간 적이 있다. 매매가 이루어지고 나면 바이어는 좋은 집을 사서 너무 기쁘고, 바이어의 에이전트는 그의 수고로 인해 커미션소득을 얻게 되니 양자가 모두 즐거운 일이다. 그래서 서로서로 작은 선물 또는 식사 대접 같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가. 이것이 제대로 된 고객과 에이전트의 관계가 아닌가 한다.

이야기가 조금 옆으로 비껴나갔다. 이번 칼럼의 제목이 ‘딱 5,000달러’인데, 이것이 무슨 말인가 하면, 셀러와 바이어의 가격 협상이 계속 되다가 항상 딱 5,000달러 차이로 그 거래가 깨지는 경우가 참 많다. 10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30만달러대의 콘도 또는 타운하우스의 거래도 그렇고 백만달러대의 고급주택도 마찬가지로 거래를 하다보면 항상 ‘딱 5,000달러’에서 양자의 거래가 성공하지 못하고 깨지는 경우를 참 많이 본다.

50만달러의 주택을 48만달러에 오퍼를 넣어서 바이어와 셀러가 서로 가격협상을 하다가 바이어는 48만5,000달러, 셀러는 49만달러, 여기서 양자가 서로 양보하는 경우가 없이 그냥 그대로 끝나는 것을 많이 본다는 이야기이다. 그냥 그 가운데 48만7,500달러를 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바이어는 다른 집을 찾자 그러면서 포기하고 셀러는 다른 바이어가 또 올 것이다 하면서 지금의 거래를 그냥 종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럴 때, 셀러·바이어 모두 한번 쉼호흡 크게 하고 “작은 것을 주고 큰 것을 얻는다”는 마음으로 그 “딱 5,000달러”를 양보하는 사람이 이긴다. 바이어의 경우 그 5,000달러를 더 주고 그 집을 사면 나중에 집값이 올라 그 5,000달러 이상의 이익을 남기고도 남는다. 셀러의 경우 그 5,000달러를 깎아주고 집을 팔게 되면, 속 시원히 집을 처분할 수 있고 그 다음 이사계획 등 다른 계획을 준비할 수 있게 된다.

또 시장에 계속 오래 집이 있다고 해서 다른 바이어가 49만달러 이상으로 산다는 보장도 없으니까 그 또한 좋은 해결방법이라 할 수는 없다. 오천불은 어떻게 생각하면 큰 돈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더 큰 거래를 잃게 만드는 원인이 되는 지극히 사소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661)373-4575


제이슨 성
<뉴스타부동산
발렌시아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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