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한식의 진화

2011-03-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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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은 (경제팀 기자)

최근 한국 퓨전 요리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형태는 퓨전이지만 맛은 한국식인 요리들이 뜨고 있다. 바비큐와 비빔밥이 대표적이던 한국음식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다. 약 석달전 맨하탄 미드타운에 개점한 ‘단지’의 김치 파에야, 스테이크 타르타르는 이름은 낯설지만 사실 김치 볶음밥, 육회의 새로운 이름이다. 불고기 비프 슬라이더스 등은 불고기와 절인 파를 빵 속에 끼워 넣은 미국식 불고기 버거다. 이들 음식은 양과 모양이 한국식과는 거리가 있지만 이름만큼이나 모양도 현지인에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

‘반’ 식당의 코리아 타코는 불고기, ‘참참’ 돼지고기 번은 돼지 불고기를 한입에 먹기 편하도록 밥을 타코쉘과 빵으로 대체했다. 참참의 토마스 이 대표는 “타인종들이 먹기 편하게 하기위해 한식 메뉴들의 모양을 변형했다”며 “간편하게 먹으면서 양은 많지 않지만 가격이 저렴해 부담 없이 즐기는 인기 메뉴가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달 맨하탄에서 열린 한국 디자이너들의 패션쇼, 컨셉코리아III에서 유명 요리사 톰 콜리치오가 선보인 한식 요리도 김치만두, 소불고기 쌈 등 간단한 타파스였다. 퓨전 한식당 ‘모모푸
쿠 쌈바’는 국적조차 모호한 이름이지만 한식관련 기사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고유명사가 됐다. 스테이크를 김치 퓨레(puree)와 함께 구워 상추에 싸먹는 세련된 쌈 메뉴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뉴욕식’ 한식들이 이처럼 다채롭게 등장하는 이유는 최근 한인 1.5세, 2세들이 한식사업에 속속 뛰어들어 흐름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모푸쿠 쌈바의 데이빗 장, 단지의 김 훈 대표는 ‘대니얼’, ‘마사’ 등 맨하탄의 유명 프랑스, 일식 레스토랑에서의 경력을 거름삼아 입맛의 흐름을 읽고 한식을 변형시키고 있는 대표적인 요리사들이다. 김 대표는 “요즘 사람들은 양이 많은 요리 2-3개를 주문하는 게 아니라 여러 명이 적은 요리 8~10개를 시켜 맛보는 추세”라며 “푸짐하게 먹는 요리로 인식되는 한식 메뉴들이, 맛은 그대로 유지하되 작지만 먹기 편한 메뉴로 친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식이나 중국식과는 달리 한식은 미국인들에게 낯선 음식이었다. 그러나 최근 다양한 한식들이 출현하면서 한식의 지위도 진화하고 있다. 이같은 지위 향상은 한식의 고급화로 이어질 것이며 식당들의 매출 증대도 부추길 수 있다. 젊은 식당들의 새로운 시도를 바탕으로 한식 알리기가 가속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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