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멘토링과 e-러닝

2011-02-2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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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렬 (교육가)

어린 학생들이 즐기는 교실의 시설은 단연 칠판이다. 그들은 칠판 가득 제 이름을 쓰거나 그림 그리기를 즐긴다. 모두 지워야 할 때의 표정을 보면 하루종일 칠판하고 놀리고 싶다. 그런데 이 칠판도 시대와 더불어 변화하였다. 검은 색깔의 흑판에서 녹색으로 되더니, 요즈음은 흰색이 되었다. 그럼 흰 분필로 글씨를 쓸 수 없지 않나. 맞다. 그래서 흰색 판에 쓸 수 있는 특제 매직마커를 사용한다. 또 달라진 것은 칠판에 큰 컴퓨터 모니터가 달리게 되었다. 현재 빌려쓰고 있는 학교 건물에도 녹색판, 흰색판, 컴퓨터 모니터가 교실에 따라 갖춰져 있다. 칠판의 역할은 같아도 그 모습이 달라졌다.

그 동안 다행히도 변화의 속도가 빠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필요에 따라, 용도에 따라 자유로 적절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고 느긋하게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종이 책과 e-북, 종이 신문과 e-신문으로 변화하더니 마침내 e-러닝이 출현하였다.e-러닝이란 선생이 없는 수업을 말한다. 플로리다의 노스 마이애미 비치 고등학교에서 실행 중인 교육 방법이다. 담당교사는 없고, 책상마다 컴퓨터만 놓여 있다고. 그 교실에는 교사 대신 컴퓨터에 기계적인 문제가 생기거나, 컴퓨터를 통한 학습요령을 알려주는 사람은 있다고 한다. 교사가 주관하는 수업과 달리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교과목을 이수하기 때문에 e-러닝이라고 한다. 이런 방법을 취하게 된 연유는 플로리다 주법 이행과 교실과 교사 확충이 곤란한 예산 관계라고 한다.


아무리 첨단 기술이 좋다한들 기계가 교육을 전담할 수 있을까. e-러닝에 대해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나. 교육은 전인간적인 성장 발달을 돕는 것이다. 교사는 될 수 있으면 학생의 개성, 성장 속도, 학습 능력에 따라 그들을 돕고자 노력한다. 기계가 이런 세심한 배려를 할 수 있을까. 학생과 교사는 인간적인 교류를 바탕으로 마음을 주고받으며 각종 능력 향상을 도모한다. 기계가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따뜻한 정이 있다. 기계와 사람 사이에도 따뜻한 교류가 가능한가. 기계가 주는 음성언어와 문자언어가 상대방의 심금을 울릴 수 있을까. 아무래도 살아있는 사람이 주는 것과는 다를 것이다.

교육하는 것은 확실히 사람의 몫이다. 흔히 오복이라는 말을 한다. 여기에 좋은 스승을 만나는 복을 보태서 육복으로 만들어도 좋겠다. 사람이 일생 동안에 좋은 스승을 만나게 된다면 행복한 일이다. 여기서 말하는 스승은 직업적인 교사를 뜻하지 않는다. 어떤 우연한 기회에 귀중한 도움을 준 사람을 가리킨다. 그 분의 가르침이 일생의 전환기를 만들었고, 분발의 시점이 되었고, 도약의 바탕이 되었다면 참스승을 만난 것이다. 흔히 이런 분을 멘토라고 부르며, 그를 감사하며 따르는 사람을 멘티라고 한다. 멘토링은 참다운 교육을 이루는 하나의 과정이다. 지식을 가르치기보다는 그 기초가 되는 인간성에 큰 영향을 준다. 실망을 이긴다든지, 삶의 방향을 전환한다든지, 우유부단한 태도를 바꾼다든지, 삶의 새 힘을 얻는다든지, 친구 사귀기를 꺼리다가 거기서 벗어난다든지...수없는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람이 스승이고 멘토이다. 그래서 중요한 사람이다.

사람이 빵만 먹고 살 수 없듯이, 기술과 기능만 가지고 완전히 살 수 없다. e-러닝이 기술 연마는 돕겠지만, 학생의 인격형성에는 도움을 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두 가지 방법을 두루 활용하는 것이다. 교사와 e-러닝의 합작으로 학생을 가르치는 방법이다. 교사는 컴퓨터를 학습 자료로 활용하여 단시간에 풍부한 자료를 가지고 학습내용을 알차게 제공한다. 그리고 따뜻한 음성으로, 친절한 자세로, 사랑을 흠뻑 담아서 학생과 대화하면서 그들의 이해를 돕는다. 즉 뜨거운 마음과 풍부한 학습 자료의 합작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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