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계가 뒤숭숭해도…

2011-02-2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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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세계가 뒤숭숭하다. 지난 22일 뉴질랜드 남섬에서 강도 6.3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해 9월5일 발생한 지진의 여진이라고도 하는데 사망자가 100명이며 부상자는 수없이 많다. 리비아에선 42년간의 독재자인 무아마르 알 카다피 국가원수, 물러가라고 시위가 벌어졌는데 거의 내전 같은 아수라상태다.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집트는 계속 혼란상태다. 호스니 무바라크가 2월11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는데도 그렇다. 1981년 사다트 대통령이 암살되자 부통령이었던 그는 대통령이 된 후 30년 만이다. 리비아는 이집트 바로 옆에 있는 나라다. 이집트의 민주화 바람이 거세어 리비아까지 몰아쳤는데 리비아는 부족 간의 세력다툼이 민주화 시위에 가중돼 있는 혼란상태다.

1969년 9월 리비아국왕 아디리스 1세가 해외 순방을 하고 있는 틈을 타 육군 대위로 구데타를 성공시킨 카다피는 혁명평의회의 의장이 된 후 정권을 장악하고 군 사령관이 되었다. 1970년 총리와 국방장관을 겸했고 그 후 국가원수가 되었다. 그는 미국을 철저히 싫어하는 반미주의자다. 그는 외국의 석유회사들을 모두 철수시킨 후 국유화시켰다. 현재 리비아 사태로 인해 리비아 산 원유공급이 중단됐고 원유 값은 급등하고 있다. 원유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을 비롯한 나라들에선 가스 값이 치솟고 있다. 원유를 생산도 하지만
수입은 더 많이 하여 저장해 놓고 있는 나라인 미국도 타격은 마찬가지다. 생필품인 가스 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


한국은 구제역 때문에 난리다. 구제역(foot-and-mouth disease: 학명 Aphtae epizooticae)은 소와 돼지 등 가축에 대한 전염성이 높은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소나 돼지의 입과 발이 허물어지는 병에 속한다. 이 구제역으로 이미 소와 돼지가 340만 여 마리가 살 처분 되었다. 살 처분 된 것까지는 좋은데 아직도 구제역은 끝나지 않았다. 몇 일전 한국 임시국회에서 열린 각 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연설에서 여당과 야당의 원내대표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번 구제역은 정부가 미리 막지 못한 인재로 규정했다. 야당은 국정감사를
통해서라도 구제역의 발생 경로와 책임을 묻겠다고 한다. 그런데 더 난감한 것은 소와 돼지를 파묻은 전국 4400여 곳의 매몰지다. 매몰지에서 흘러내리는 소와 돼지의 피, 즉 침출수가 밖으로 유출돼 하천을 타고 흘러내릴까봐 전국이 혼란 상태다. 물론 매몰할 때는 땅을 먼저 파고 그 위에 비닐을 덮은 후 매몰한다. 하지만 이번 주말 내린다는 전국적인 비로 인해 빗물이 매몰지에 스며들은 후 발생할 수도 있는 침출수의 하천 유입을 막기 위해 온 나라가 비상에 걸려있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걸까. 위기엔 천재와 인재가 있다. 뉴질랜드에서 일어난 지진은 천재에 속한다. 사람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국가가 위기를 당할 때엔 반드시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사람에게 있다. 한 사람이 오래 독재할 때 위기를 맞는다. 국민들이 한 사람의 억압에 더 참을 수 없을 때, 즉 국민의 아픔이 하늘에 닿을 때 국가는 위기에 처한다. 한국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박정희대통령의 독재는 유신말기에 끝났는데 그때, 국민의 원성은 하늘에 닿아있었다. 박대통령은 그가 가장 신임하던 중앙정보부장의 총에 의해 죽임을 당했고 18년간의 독재정권은 막을 내렸다. 박대통령이 해 놓은 일도 많았지만 그 끝은 비참했다. 무바라크의 독재는 30년이었다. 독재는 끝났으나 혼란 속에 있다.

카다피의 독재는 42년이나 계속되고 있다. 카다피의 끝은 언제인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카다피의 독재에도 문제가 있지만 리비아는 오래전부터 내려온 부족들 간의 암투가 더 큰 문제라 한다. 한국의 구제역은 어떤가. 한국 여야당의 원내대표들이 지적했듯이 이것은 천재가 아니라 인재에 속한다. 즉 사람 탓으로 생긴 것이다. 한 사람에 의한 국민의 억압은 어느 나라이든 끝이 나야 한다. 구제역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침출수가 없도록 최선의 방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리비아도 부족 간의 싸움이 아닌 진정한 민주화 승리의 장이 되어 역사에 남았으면 좋겠다. 뉴질랜드의 지진 피해는 모든 국가가 도와 빨리 복구되기를 바랄 뿐이다. 세계가 뒤숭숭해도 태양은 뜨며 산 사람들은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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