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조국을 생각하는 이유

2011-02-2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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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홍(목사)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는 부모님에 대해 한 번도 불평을 해 본 적이 없다. 좋은 부모를 주심에 오히려 감사를 드리고 살아왔다. 그렇다고 나의 부모님은 세상적으로 훌륭한 분들이 아니었고 지극히 평범한 농촌의 농사꾼이었다. 그런대로 농토를 조금 가지고 계셔서 자식들을 밥 굶기는 일은 없이 살아 오셨다. 어려웠던 한국의 형편에서 다행한 삶이라 생각한다. 나는 때때로 정치를 잘못하는 정치가를 욕하거나 불평한 적은 있어도 내 조국 대한민국에 대해서는 시비를 걸어본 적이 없다. 조국에 대한 자부심은 항상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36년 전의 일이다. 뉴저지 뉴 브런스윅 신학교 다닐 때인데 미국 감리교회 여선교회가 각 나라에서 온 학생들을 초청해서 그 나라 음식을 만들어 제공하고 위로하는 밤이었다. 그때는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시절이라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을 때지만 차마 내 조국을 욕할 수가 없어 한국은 남북의 대치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정치상황이라 변명을 한 기억이 난다. 조국이 있음에 대한
고마움이 컸기 때문이다. 때마침 보트피플이 된 월남을 보았다.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부모님에 대한 자부심과 조국에 대한 감사함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때론 부끄러운 조국의 실태를 볼 때도 있다. 요사이 한국은 경제대국이 되어서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고, 특히 스포츠가 나라의 위신을 한껏 세워주어 국가의 올라간 위상을 느끼기도 한다. 특히 북한의 상황을 보면서 더욱 더 감사하고, 초대 대통령이었던 이승만 박사가 탁월한 반공사상의 정신 아래 비록 반 토막된 나라지만 바르게 세웠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역사의식을 바르게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비록 이곳 미국에서 시민권을 가지고 살아도 한국인임을 부정하거나 지울 수가 없다.


그런데 미국에서 오래 살다보니 조금씩은 조국에 대한 애정이 식어가는 것을 느낄 때도 있다. 이래서는 안 되는데 하면서도 말이다. 이런 마음을 갖게 하는 이유는 너무나 남을 속이는 일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정치에서부터 일반 삶의 언저리에까지 온통 거짓이 난무한다. 상대방을 속이고도 조금도 부끄럼이 없고, 그러지 못한 사람이 오히려 바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원전수주에서 온 속임수나, 심지어는 유치원을 운영하는 교육브로커나, 공부하는 순
진한 대학생들까지 다단계로 끌어들여 학자금 빚까지 강탈하는 행위 등을 말함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더 조국을 사랑하며 잘 되기를 빈다. 미국 경제가 어려운 때지만 지난 구정때 한국으로 송금한 액수를 보고 놀랐다. 이것이 다 부모님을 사랑하는 마음이요, 조국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국에서 살면서도 한국 신문을 구독하고, TV에서 한국뉴스를 시청하는 것은 뿌리 때문이다.

이제부터 우리는 우리를 낳고 길러주신 부모님과 지금까지 뒷 배경이 되어준 조국에 대한 애정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울러 기원하는 것은 우리 조국이 명예로운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속이며 사는 세상이 아니라 정직이 통하고 상식적인 사회가 되어 서로간에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었으면 한다. 해외 700만 한인이 모두 조국을 위해 뛰는 외교관이 다 되도록 말이다. 단합으로 이루어진 내 조국 대한민국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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