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남의 떡, 놓친 고기

2011-02-2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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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텍사스법학대학원에 진학하려던 저소득층 백인 여학생이 입학을 거부당하자 학교측에 부당하다는 청원서를 냈다. ‘소수집단 우대정책’으로 인해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다른 학생때문에 자신이 입학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학교측은 이 여학생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학교가 사회에 이바지하는 보이지 않는 가치, 그 조건 중에 다양성이 있는 학교환경에서 오히려 같은 인종, 같은 출신자끼리 모인 편향적인 환경에서 보다 더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최근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명강의로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는 하바드대학의 마이클 샌델교수는 자신이 만일 이 대학의 관계자라면 실격한 그 백인여학생에게 이런 식의 편지를 쓰겠노라고 하였다. “당신이 학교에 들어가지 못한 것은 실력이 모자란 때문이 아니다. 단지 그때 조건이 안 맞았을 뿐이다. 합격한 그 학생은 그때 마침 학교가 요구하는 입학사정 조건이 갖춰져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뿐이다.”이 여학생은 하필이면 그 때 심사기준에 소수집단 우대정책이 있어서 자신보다 더 성적이 낮은 학생이 혜택을 입는 바람에 실격이 된 것이다. 이것을 두고 바로 기칠운삼(氣七運三)이라 했던가. 기술이나 실력이 70%요, 신의 영역이 30%. 이런 상황이 어디 이 케이스뿐이랴.

우리의 삶 곳곳에서 분명히 될 일인데, 때로는 아깝게 혹은 억울하게 안 되는 일이 하나 둘이 아니다. 우리의 생은 어쩌면 이런 묘한 상황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우리의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어느 것이 옳고 그르고, 또 어떤 결정이 잘 했고 못했고 딱히 그 ‘정의’를 내릴 수가 없는 것이 다반사다. 그러나 내 앞에 펼쳐지는 매 순간순간마다 내가 최선을
다해서 모든 일을 결정하고 임했다면 거기에 따르는 결과에 대해서는 이의없이 승복하고 만족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왜? 아무리 실패한 인생이라도 전자에서 학교측이 내린 판결처럼 그 속에는 반드시 보이지 않는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인생, 즉 모두 공평한 삶을 살다 가는 것이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성공한 사람도 알고보면 성공하기 위해서 잃어버린 게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마찬가지로 실패한 사람은 설사 실패는 했더라도 그 과정에서 얻은 것이 있을 것이다.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강한 인내심과 의지, 또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현실을 깨닫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삶의 철학을 분명 체득했을 터다.


자신보다 더 못한 사람을 생각하게 되는 열린 마음과 일상생활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도 생겨났을 것이다. 그러니 물질적으로는 건진 것이 없지만 인생을 사는데 있어서는 잃은 것보다 어쩌면 얻은 것이 더 많을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계산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가치이다. 표면적으로 나타난 것만 갖고 우리가 모든 것을 바라보고 분석하고 재단할 것이 아닌 이유다.우리는 늘상 남의 떡을 부러워하고 놓친 고기에 대해서 아쉬워하곤 한다. 예를 들어 누구네 집 자식 명문대학 들어갔데, 누구 누구네 부자됐데... 사람들은 보통 이런 이야기를 하며 은연중 주위에 잘된 사람을 부러워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것은 좀 자존감이 없는데서 나온 것이 아닐까. 사람들이 성공하고 부자가 되는 과정에는 사적으로나 가족간에 잃어버렸을지도 모르는 행복, 또 그 화려한 이면에는 지금도 안에서 어떠한 고민과 걱정으로 마음의 고통을 겪고 있는지 아
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 아무리 내 자식이 좋은 학교에 들어가고 혹은 내 집이 돈을 많이 벌었어도 절대 좋아라 날뛸 것이 아니고, 또 내 아이가 남보다 조금 못하고 사업에 실패했다 하여도 절망할 일이 아닌 것이다.

내가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았다면 결과가 어떻든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결과에 만족하며 겸손한 마음으로 삶을 뚜벅 뚜벅 걸어가야 한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심정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 엄청난 가치가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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