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월마트와 윤리적 소비

2011-02-1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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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원 영(경제팀 차장대우)
지난해 크게 보도되었던 한국 대형마트의 ‘통큰 치킨’ 기사 때문에 독자들에게 ‘윤리적 소비(Ethical consumption)’라는 용어가 이전보다 익숙해진 것 같다. 시중보다 반 가격에 불과한 대형마트 치킨을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것에 시비를 걸 수는 없지만 영세 시민의 대표적인 창업 아이템인 동네 치킨점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 대충 그런 의미에서 윤리적인 소비를 강조하는 의견들이 각계에서 나왔었다. 동네 수퍼마켓을 초토화시키고 있는 대형마트의 약탈적 확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물론 빠지지 않았다. 최근 뉴욕에서도 월마트의 5개보로 진출을 두고 비슷한 논쟁들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윤리적 소비는 한 마디로 ‘소비에도 도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나의 소비행위로 인해 공동체의 이익이 저해되고 결국은 나한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아무리 내 돈이라도 신중하게 써야 한다는 주장일 것이다. 가장 반대되는 말은 “내 돈 내가 쓰는데 누가 뭐래!”가 아닐까? 윤리적인 소비자 운동가들은 싸다고 좋아하며 물건을 사지 않고 오히려 “왜 이렇게 물건이 쌀 수 있는지”를 따지고 들었다. 그래서 아동 노동으로 만들어진 아디다스 축구공, 인도 수자원을 착취하는 코카콜라, 현지 소작농에게 헐값에 커피 원두를 사오는 스타벅스 등이 줄줄이 거부 대상에 올랐다. 관광 수입이 군사독재정권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미얀마 관광을 보이콧하기도 한다.

월마트로 대표되는 대형할인점들도 환경과 인권에 예민한 이들에겐 당연한 표적이었다. 동네 구멍가게에서 물건을 사는 것은 걸어서도 가능하지만 할인점에 가기 위해선 반드시 자동차를 타야하고, 이 과정에서 많은 배기가스가 나온다. 그리고 할인점에서는 싼 맛에 10개 묶음을 샀다가 3개만 먹고 나머지는 결국 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싼 것 같지만 과소비를 부추긴다. 지난주 시청에서 열린 월마트 반대 시위현장에서 지역 상인들과 소기업운동가들의 분노한 모습을 직접 보았고 한인 청과상인들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기자는 이해관계가 얽힌 소상인, 정치인들의 큰 목소리보다 일반 시민들의 조용한 윤리적 소비행위가 ‘비즈니스 생태계의 다양성’과 환경을 위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문제는 월마트만이 아니다.

기자는 미국에 와서 코스트코에 처음 갔을 때 참 놀란 적이 있다. 그 커다란 카트에 소다와 과자와 고기 등을 산처럼 쌓아놓고 계산대에 줄을 지어 있던 사람들의 행렬... 아니 저렇게 먹어야 하나? 저걸 정말 남기지 않고 다 먹나? 했던 궁금증들. 그런데 어느새 나도 그 행렬 중에 자주 끼어있음을 발견한다. 그리고 절대 그렇게 먹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 그리고 절대 다 먹지 못하고 버린다는 것도 확실히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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