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밸런타인 역발상 초콜릿

2011-02-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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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며 느끼며

직장 동료가 한국에서 온 지인이 갖고 왔다면서 먹어보라고 김치 초콜릿 한 개를 주었다. 김치로 초콜릿을?, 이게 뭔 부적절한 조화냐 싶어 받아들고 보니 작은 낱개 포장지에 시뻘건 고춧가루에 버무려진 배추김치 사진이 인쇄되어 있고 큰 글씨로 ‘김치 초콜릿’, 작은 글씨로 ‘한국특유의 채소 발효식품’이라고 쓰여져 있다.

엽기 같은 그 초콜릿이 별로 먹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지가 초콜릿이겠지 싶어 포장을 벗겨 입에 넣었다. 처음엔 보통 초콜릿처럼 달콤하다가 조금 후 뭐야, 별 특징이 없어 하다가 나중에는 내가 이걸 왜 먹었지 후회했다.

물을 마시고 다른 음식도 먹어보았지만 매운 뒷맛은 사라지지 않고 아침에 먹은 초콜릿이 저녁이 되어서도 목구멍을 핫핫거리게 했다. 김치 초콜릿 안에 김치는 없지만 김치맛 분말이 초콜릿에 녹아 있었다.


‘도대체 이 말도 안 되는 제품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사람들이 누구야, 이게 도대체 팔리기나 해’하고 씩씩거리며 인터넷 시장을 뒤져보았더니 웬걸, 아침에 먹은 배추김치뿐만 아니라 동치미, 깍두기, 더덕 물김치, 양배추 김치, 열무김치 등 종류별로 다양한 김치 초콜릿이 나와 있는 게 아닌가.

매콤한 김치에 있는 캡사이신 성분이 피부를 젊게 해준다며 달콤하나 뒷맛은 매운 이 김치 초콜릿은 외국인을 위해 제조된 것으로 이미 몇 년 전부터 고추장 초콜릿, 김 초콜릿 등과 함께 공항을 비롯 면세점에서 판매 중이라고 했다.

외국인들이 이 매운 뒷맛을 감당할까 싶기도 하고 호기심 반, 공포심 반으로 손님을 자극하여 판매하는 이 자체가 바로 역발상 마케팅이구나 싶었다.

21세기 산업을 이끌어갈 키워드는 ‘뒤집어야 산다’는 역발상(Reverse) 아이디어라고 한다. 해당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고정관념을 뒤집어 제품의 이미지와 특징을 새로이 부각시킨 역발상 아이디어는 작년 연말 한국에서 꽤나 인기를 끌었다.

식품업계에서는 콩 메주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100% 참깨로 만든 간장을 만들었고 오리온 제품은 도넛을 튀겨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튀기지 않은 도넛을 출시했으며 커피 전문점에서는 설탕 대신 소금 들어간 커피로 주목을 받았다.

또 의자에 앉아 일하며 등 뒤보다 실제로 앞으로 기울이는 시간이 많다는 착안에 등받이를 앞에 설치한 의자가 출시되기도 했다.

역발상 이벤트로 위스키 회사가 건전 음주 서약 캠페인을 벌였고 담배회사가 금연 캠페인을 벌였다. 한국 인기 드라마와 화장품, 패션 광고에 게이 마케팅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도 경멸하고 회피하던 대상이 거꾸로 일종의 트렌드로 된 것이다.


김치 초콜릿을 맛보면서 뉴욕 한인사회에도 이런 역발상 마케팅을 도입해 보면 어떨까 싶다.

식당에 손님이 없는 날(테이블 수로 정함)은 서비스 음식을 주고 가격도 깎아준다든지 저녁 파장에 빵값을 할인하던 가게는 아침에 나온 신선한 빵을 오히려 더 싼 가격으로 파는 것이다.

TV나 냉장고 등 가전제품은 ‘쓴 것도 반품돼요’하는 파격적 보증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장사에 좋은 장소를 발견시 신규 매장을 확대하면 경기 회복기에 상승세를 타지 않을까?

한 예로 한인타운에는 비디오가게에서 냄비와 후라이팬을, 커피샵에서 김밥을, 한국떡집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파는 곳이 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궁합이지만 이러한 한 지붕 두 가족이 운영비를 줄이고 톡톡한 마케팅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불경기에는 기발한 아이디어나 특별 이벤트가 필요하다.

요즘 거리와 상점에는 온통 붉은색 하트가 장식되어 밸런타인 데이 무드를 살리고 있다. 초콜릿은 부드러운 촉감, 풍만한 향미로 밸런타인 데이에 빠져서는 안되는 선물이다.

이번 밸런타인 데이에 헤어지고 싶은 연인이 있는 사람, 평소 못살게 구는 직장 상사에게 골탕을 먹이고 싶다거나 인생에 도움이 안되지만 끝까지 가야하는 친구가 있다면 이들에게 김치 초콜릿을 선물하면 어떨까.

민 병 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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