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밸런타인스데이와 사랑

2011-02-1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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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2월14일은 밸런타인스데이다. 밸런타인스데이는 연인사이에 서로 사랑을 확인하는 날로 선물을 주고받는다. 그 확인으로 초콜릿을 선물한다. 흔히 이 날은 여자가 남자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남자도 여자에게 선물한다.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선물한다면 남자는 여자에게 장미꽃을 선물한다.

밸런타인스데이의 유래는 간단하다. 서기 3세기경 로마 황제 클라디우스는 젊은 남자들을 군대에 징집하기 위해 결혼 금지령을 내린다. 금지령을 내린다고 젊은이들이 사랑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공식적으론 결혼은 할 수가 없었다. 그런 가운데 밸런타인이란 신부(사제)가 있었다. 이 신부는 젊은이들의 사랑을 인정해주고 결혼시켜 준다. 밸런타인 신부는 황제의 법을 어겼다고 체포되어 감옥에 들어간다. 감옥에 들어간 신부는 간수의 딸로부터 사랑을 받게 된다. 그러나 그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다. 결국 밸런타인 신부는 사형을 당하게 된다. 밸런타인신부는 간수의 딸에게 “밸런타인으로부터의 사랑”이란 편지를 남기고 죽는다. 그 날이 바로 서기 269년 2월14일이다. 젊은이들의 사랑을 결혼으로 성사시켜 주었고 자신도 한 여인을 사랑하다 단 한 장의 편지만 남기고 떠난 밸런타인 신부. 그는 떠났지만 그 사랑은 남아 지금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남녀가 이 날을 사랑의 날로 기념하는 것이다. 특히, 이 날은 첫 사랑을 고백하는 날로 유명하다. 짝사랑하던 사람이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란 표현으로 초콜릿을 선물하는 것이다.


지난 해 10월14일자 한국일보 본국지에서 무기수와의 사랑을 다룬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한 여인이 철창을 사이에 두고 한 남자를 10여년 이상을 사랑하다 결국 백년가약을 맺은 이야기다. 이 둘은 1992년 만났고 사랑을 시작했다. 그러나 2년 뒤 남자가 친구의 살인 현장에 함께 있다 공범으로 잡혀 무기수가 되면서 사랑은 끝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자는 매 주말마다 연인이 갇혀 있는 청주교도소로 면회를 다닌다. 그렇게 십여 년 동안 면회하던 그녀는 3년 전부터 아예 청주로 이사를 하고 그의 뒷바라지를 한다. 그리고 매일 찾아가 그를 면회한다. 면회 시간은 단 15분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 둘은 사랑을 승화시켰고 결국엔 교도소의 허락을 받고 결혼에 성공한다.

2010년 10월14일 청주 시내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4박5일간의 신혼여행도 다녀왔다. 그리고 남자는 다시 교도소로 돌아갔다. 당시 남자는 45세요 여자는 39세였다. 16년 동안 그들은 교도소 면회실에서만 만나 사랑을 확인한 것이다. 다행한 것은 남자가 무기수에서 20년 형으로 감형을 받아 수형기간은 몇 년이 남았고 가석방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이 둘의 순애보적인 사랑은 모 극단이 주최하여 연극 ‘섬에서 핀 꽃’이란 제목으로 청주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되기도 했다. 남자는 교도소를 나가게 되면 목숨을 바쳐 그 여인을 사랑하겠다고 한다. 목숨이 열개라도 그렇게 사랑해야만 할 것이다. 여자는 “이유 없이 그 사람이 좋다”고 주례를 선 성직자에게 말했다고 한다.

진정한 사랑은 어떤 사랑일까. 한 무기수만을 사랑했던 여인의 말처럼 진정한 사랑은 이유가 없어야 하는 걸까. 사랑할 때는 목숨까지 바칠 것처럼 하다 얼마 못가서 마음이 변하는 요즘 사람들. 결혼할 때는 검은 머리 파뿌리처럼 될 때까지 서로 사랑하겠다고 주례 앞에서 맹세하던 그 사랑이 그저 의무적인 사랑으로 바꾸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밸런타인스데이라하여 달디 단 초콜릿만 선물한다고 사랑이 달디 달게 전달되는 것일까. 아니면 열정의 붉은 장미를 선물한다고 진정한 정열의 사랑을 전달했다 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한 여인이 16년 동안 희생하며 한 무기수만을 사랑한 것처럼, 진정한 사랑은 희생의 사랑이 아닌가 싶다.

밸런타인이 젊은이들의 사랑을 아름답게 결혼으로 승화시켜주고 자신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것처럼, 사랑은 그런 것이 아닐까. 이 세상에서 사랑만큼 고귀한 것도 없는 것 같다. 왜냐하면 사랑은 죽음보다도 강하다 하기 때문이다. 마음과 영혼으로 진정 사랑한다면 자신의 목숨이야 뭐가 그리 중하겠는가. 벨런타인스데이를 맞아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한 번 쯤 생각하고 지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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