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문제아’로 내몰리는 우리 자녀들

2011-02-10 (목)
크게 작게
이 상 숙 (유스 앤 패밀리 포커스 대표)
세상은 느린 것을 용서 못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만나는 청소년들을 보아도 그들이 가진 컴퓨터, 휴대전화, 게임기 이러한 것들이 최첨단의 속도와 기능을 가지고 있지 못하면 용서가 안 된다. 우리 어른들만 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지금, 바로, 당장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노력하면, 시간과 정성을 들이면 달라질 수 있고 변화 될 수 있는 것에는 관심이 점점 낮아지는 것 같다. 그러한 세상의 현상 때문에 가장 빈번히 피해를 보는 것이 바로 우리의 자녀들이 아닌가 싶다. 초등학교, 중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우리 기관에 하소연을 하는 케이스들을 보면 아이들이 더 이상 보호받고 사랑받고 고침을 받는 곳이 학교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먼 것 같다.

문제가 없고 공부 잘하고 잘 따라와 주는 학생들에게는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러다가도 어쩌다 한번 실수를 해서 학교의 룰을 어길라 치면 학교의 처사는 매정하다. 많은 다수의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서 라는 것은 이해가 되는 부분이지만 도덕적으로 정서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아이들이 문제를 드러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겠다. 그러나 그것을 선생님과 부모가 함께 노력하며 아이를 돕고 치유해서 함께 끌어안고 나가려고 하기보다는 구별해서 선을 긋고 정상이라고 불리우는 학생들과 분리시키려고 하는게 우선이다. 그러다 보니 작은 실수로 인해 분리당한 아이는 자신에게 어쩔 수 없이 평범하지 못한 문제아라는 낙인찍힌 딱지를 떼어내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물론 아이들이 총을 가지고 온다든지, 마약을 들고 온다든지 하는 경우에는 생명에 위협을 주는 것이기에 특별한 조치가 필요한 것이 필수다.

그러나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부부관계의 위기, 경제로 인한 우울감 등으로 잠시 민감해진 아이가 언어와 행동에 조금은 거칠게 표현될 수 있는데, 이럴 때 아이가 왜 그러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보듬어 주고 도닥거려주며 지도해 줄 수 있을지를 부모와 학교가 함께 노력해 줄 수 있는 시간과 노력투자에는 넉넉하지 못한 것을 보게 된다. 물론 학교 당국이 조치를 취해 준다. 그러나 그것이 거의 일관적으로 ‘문제아’라는 관점이나 시각을 가지고 해주기 때문에 부모나 아이는 거기에 대한 상처와 어려움이 많아지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럴 수 있다는 평범한 시각을 가지고 정상적인 아이들의 테두리 안에 두기보다는 그것을 빨리 떼어 구분하고 분리시킨 후에 조치를 시작하기 때문이다.여기에서 치명적인 실수는 그 짧은 시간동안에 정서적으로 예민한 아이에게 이미 “너는 평범하지 못한, 일반적이지 못한, 그래서 구분되어지고 떼어내져야 하는 문제 아이”라는 상처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학교의 이러한 상태는 어쩔 수 없이 다수를 위해 소수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을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겠다.

세상의 중심을 움직이는 ‘빠르지 않은 것에 대해 용서가 안 되는 심리’에서인 것이다. 이러한 것을 감안할 때 우리 부모님들에게는 각별한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러한 대상이 내 자녀가 아니라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게 우리일 진데, 우리 자녀의 감정, 정서 상태, 그리고 우리 아이가 무엇 때문에 우울하고 힘든지에 대한 민감한 태도가 필요하며 사후약방문이 되지 않도록 전문가들을 찾아가 도움을 받는 것이 정말 필요하다. ‘유스 앤 패밀리 포커스’에서 만나는 많은 아이들 중에는 ‘문제아’라고 구별당하기 전에 평범한 아이의 자격으로 친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면 상처와 아픔이 아닌 즐거움과 기쁨으
로 상담 시간들을 대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케이스들이 참 많아 매우 안타깝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