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명상’은 삶의 원동력

2011-02-0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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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주 영(주필)
미국인들의 생활수준은 지난 30년 전보다 훨씬 나아졌으나 심리적인 만족도는 오히려 후퇴했다는 보고서가 나와 관심사가 되고 있다. USA투데이가 최근 밝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경제가 아직은 수십 년래 최악의 불경기와 9%를 웃도는 실업률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하지만 생활수준은 1980년대에 비해 개인소득이 두 배나 증가할 정도로 향상되었다고 한다. 반면 심리적인 만족도는 오히려 장기간 이어지는 경기침체 등의 원인으로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의 생활은 지금 이민초창기인 20-30년 전에 비해 여러모로 윤택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USA투데이 보고서가 밝힌 바대로 심리적인 만족도는 오히려 형편이 좋지 않았던 그 옛날보다도 더 못한 상황이다.

생활에 필요한 요구가 예전보다 더 많아진 것도 원인이겠지만 갈수록 어려워지는 주위환경에다 복잡한 인간관계, 심한 경쟁, 여러 가지 사회적인 제약 등이 사람들의 마음을 갈수록 피폐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심리적인 만족감은 결국 돈 얼마 벌었고 돈 많이 모아서 부유하게 잘 산다고 하는 것과는 크게 상관이 없는 것이다. 특히 19세기 산업혁명이후 기계문명의 발달은 사람들로 하여금 문명의 이기속에 모든 것을 편리하고 간편하게 살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기계의 노예가 되면서 삶에 대한 만족보다는 오히려 짜증스러움이나 중압감, 심한 스트레스로 삶에 대한 불만을 유발시키고 있다.

실존정신분석의학자 롤로 메이 박사는 “모든 현대인은 자아를 상실한 채 매카니즘의 노예가 되었고, 방황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런 현대인은 마침내 고독과 공허감에 압도되어 자신의 존재가치와 의미를 상실하고 만다”고 우려했다. 메이 박사에 의하면 존재의미의 상실은 일상적인 상식으로는 이해되기 어려운 노이로제 상태에 빠지게 되는데 이런 현상은 현대화가인 피카소에서 문학가 도스토에프스키, 광란하는 째즈음악같은 데서 잘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정신문제상담 전문가들은 말한다. 심한 불안과 걱정속에서 이겨내려면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시시각각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기이한 일,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에 대해서 우리가 할 일은 심한 불안감과 걱정이 아니라 어떠한 경우에도 맞부딪쳐 이겨낼 수 있다고 하는 자신감과 용기를 갖는 것이다. 삶에서 우리가 느끼는 불안과 공허감이 우리 스스로를 점점 더 빈약한 존재로 만들고 인간의 무한한 한계를 더 제약시켜 아무 것도 자라지 않는 불모의 땅으로 전락시킬지도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어디 이렇게 어렵고 버거운 현실에서 용기를 갖는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인가. 가끔은 사는 것이 너무 힘들어 어디 가서 실컷 울고 싶은 때, 또는 화가 너무 나서 아무데나
대고 무작정 소리치고 싶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 답답할 때가 있을 것이다. 그 해답은 자신에게 있지 않을까. 삶을 꾸려나가는 것도 나 자신이요, 삶의 두터운 장벽을 헤쳐 나가야 하는 사람도 나 자신인 것이다.

타계한 법정스님은 성공하고 싶은 욕망, 인간관계에서 오는 시기와 질투, 미움, 그리고 원망과 좌절 등으로 뒤죽박죽 되어버린 자신의 삶을 제대로 가다듬는 것은 맑은 호흡, 즉 자신을 다스리기 위한 자아성찰의 도구 ‘명상’이라고 갈파했다. 나는 누구인가/ 스스로 물으라/ 자신의 속 얼굴이 드러나 보일 때까지/ 묻고 묻고 물어야 한다/ 건성으로 묻지 말고 목소리 속의 목소리로/ 귀속의 귀에 대고 간절하게 물어야 한다/ 해답은 그 물음 속에 있다./ 법정의 대표적인 명상집 ‘산에는 꽃이 피네’에 나오는 글이다.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인생의 과정에는 누구에게나 정신적인 좌절과 무기력증이 찾아오게 마
련이다. 법정은 그 때마다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을 자기 스스로에게 쉴새없이 던질 것을 권고했다. 주변사람이나 주위환경을 탓하고 원망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대한 각성, 즉 좌절과 불안, 염려가 아닌, 늘 깨어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끊임없이 명상하라. 그리고 그 힘으로 삶을 다지라.”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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