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회음악에서의 세대차

2011-02-0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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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진 훈(뉴욕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지휘자)

일을 잠시 쉬는 동안 다른 교회의 교우들도 만나고, 예배에도 참석하다가 지난 수년동안 너무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실감하였다. 지난 60년을 기독교인으로 지내며 전통교회음악에 익숙해온 나는 과거 20여년동안 새로운 변화를 느끼고는 있었다. 그러나 요즘 전에 자주 접했던 고전성가, 예를 들어 오라토리오, 칸타타, 미사곡들은 거의 들을 수 없고, 또 20년 이상 경력의 성가대
원이나 지휘자들 중에도 그런 성가들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전혀 불러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태반이란 사실을 알고나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40대 이하의 교인들은 정도가 더 심해서 오직 가스펠 송만 듣고, 부르고, 알고, 고전성가는 전혀 접해본 적도 없는 분들이 대부분인 것을 발견해 새삼 크게 걱정이 된다.

대부분의 교회 대예배에서 현재 불리워지는 성가는 비교적 음악적 구조가 간단한 대중찬송가를 편곡한 곡이나 복음성가이고, 성가곡으로서의 필수적 요소인 경건성과는 한참 거리가 있는 곡들이 많다. 특히 젊은이들은 대다수가 영어예배에서 가스펠 송만 부르고 바하의 칸타타, 헨델의 메시아, 비발디의 글로리아, 모짜르트, 베토벤의 미사곡 등은 박물관이나 옛 문헌에 나오는 먼 음악으로 치부하고 있다. 지금 부르는 가스펠송이 앞으로 역사에서 고전성가를 잇는 정통흐름으로 자리매김할 것인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대중 찬송가에 수록되어 있는 적지 않은 숫자의 곡들이 1920년, 30년대의 가스펠 송이었음을 생각한다면, 그렇게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가스펠 송만 부르더라도 역사적으로 수백년 이상 생명력을 가지고 불리어 내려온 고전성가들을 이해하고, 섭렵하고, 공부하고 난 다음 선택에 의해 새로운 스타일의 성가를 부르는 것이 바른 순서라고 할 것이다. 새로운 성가는 힘들겠지만 이 과정을 거치고 나야 더욱 감동을 주고 깊이 있는 교회음악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필자에게는 같이 사는 딸이 있다. 2년전 다시 집에 들어와 살게 되었을 때, 엄마와 함께 교회 성가대에 서는 것을 권했더니 마지못해 승낙하고 매주 노래하게 됐다. 미국에서 나서 고교시절까지 교회 청소년부에서 가스펠 송만 부르던 딸이다. 한국어는 떠듬떠듬 수준이지만 한글은 읽는다. 그런데 성가대에 참여한 후 노래하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고 오히려 고전성가들을 점점 더 즐기
게 되어 요새는 아무 때나 고전성가를 흥얼거리기도 하고 앨토인 엄마와 함께 피아노 앞에서 연습하는 때도 많다. 이는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축복으로 감사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많은 젊은이들이 고전음악, 고전성가를 부르고 연습하고 익히는 중, 당연히 힘들겠지만 그 내용과 음악성의 깊이에 감동하고 더욱 즐기게 되리라 믿으며 희망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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