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석해균 선장과 생명의 소중함

2011-02-0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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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객원논설위원·목회학박사 )
소말리아 해적들을 소탕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람 중의 한 사람인 석해균선장이 13일 만에 깨어났다. 그가 깨어나서 한 첫 마디는 “좋아서~”였다. “석해균 선장님, 이곳은 대한민국입니다”라고 적힌 현수막 아래서 그는 눈을 떴고 의사의 “여기가 어딘지 아시겠어요?”라고 묻는 말에 빙긋이 미소를 보였다. 의사가 왜 웃느냐고 묻자 석 선장은 “좋아서~”라고 말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죽음의 문턱을 수없이 오고갔던 13일동안 그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산소마스크를 쓴 채, 수면상태에서 큰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여러군데 총상을 입은 그의 몸이었다. 선원들을 살리기 위해 그는 생명을 바쳤다. 그러나 죽었던 생명은 다시 살아났다.

그는 그의 가족들에게 구정인 지난 3일 가장 귀한 새해선물을 안겨 주었다. 아니, 그의 가족뿐만 아니라 한국에 있는 모든 동포와 해외에 살고 있는 모든 한인동포들에게도 큰 기쁨의 선물을 안겨준 것이다. 그것은 바로 그의 생명의 살아남이었다. 그의 회복을 위해 한국과 전 세계에 있는 한인들은 모두 두 손 모아 빌었다.

석 선장의 부인은 기자들의 질문에 “기분 좋구요, 이제 살았구나하는 생각이 든다”며 “의료진들의 정성이 보탬이 됐고, 국민 여러분이 관심을 가져주셨고, 그런 힘들이 모여 석 선장님이 빨리 일어난 것”이라며 석 선장의 회복을 국민 모두에게 감사를 돌렸다. 석 선장의 회복을 두고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말한다. 국민 모두의 염원이 기적을 낳은 것이다. 석해균(58)선장은 삼호해운 소속 화학물질 운반선인 삼호주얼리호 선장이었다. 화학물질을 운반도중인 지난달 15일 배는 중무중한 소말리아 해적에게 배와 함께 선원들 모두가 납치됐다. 선장을 포함해 21명이었다. 이를 알게 된 한국정부는 납치 6일 만인 지난 달 21일 청해부대 구축함 최영함(4,500톤급)을 급파해 구출작전을 폈다.


청해부대 특수전요원들은 해적들과의 총격전 끝에 해적을 제압하고 선원들을 모두 구출했다. 그러나 석선장은 구출 직전 해적이 쏜 여러 발의 총상을 입고 오만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총탄을 제거하는 1차 수술 후 계속 수술을 받았으며 구출 8일 만에 한국으로 이송돼 아주대병원에서 다시 수술을 받고 13일 만인, 구정 날 눈을 뜨게 된 것이다.구출 작전 중 석 선장은 배의 기관에 기름 대신 물을 부어 배를 정지시키는 등, 배가 해적들이 바라는 대로 이동할 수 없게 했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배의 불규칙적인 운항은 한국 해군이 삼호주얼리호에 접근하는데 시간을 벌게 했고 구출 작전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그는 목숨을 내 걸고 그렇게 했다. 아니, 그렇게 해야만 했을 것이다.

선장의 책임이 무엇인가. 선원들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선원 20명의 생명이 그의 손에 달려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선장은 해적들에게 많은 매를 맞았다고 한다. 배를 고의로 고장 나게 하여 운항을 방해하는 것 등등이 해적의 눈에 거슬렸을 것이다. 해적이 표적을 삼고 그를 죽이려 했던 것도 선장(캡틴)이라는 직책 때문이었을 것이다. 석 선장의 회복 후에 짓는 미소를 보고 “왜 웃냐”고 하는 의사에 질문에 “좋아서~”라는 석 선장의 처음 한 마디는 깊은 의미를 안겨준다. 그리고 그의 부인이 한 말 “기분 좋구요, 이제
살았구나”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한 마디로 산다는 것은 좋은 것 아닌가.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조금만 일이 안 되어도 불평불만에 빠지지 않는가. 아니면 좌절의 늪에 빠져서 더 살아갈 기운을 잃고 있지는 않은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은 지금 현재 살아 있다는 것이 아닐까. 살아 있는 것도 건강하게 살아서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변도 잘 보고 한다면, 그것 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괜한 욕심에 “더, 더” 하다가 병도 나고 사람도 망가지는 것은 아닐까.

석해균선장이 다시 회복돼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기쁘게 해준 것. 특히, 석 선장의 생명은 한국인 모두가 살기를 바란 생명이었다. 이렇듯, 생명의 귀중함을 어찌 말로 설명할 수가 있을까. 그의 말 “좋아서~”와 “기분 좋구요, 이제 살았구나”란 석 선장 부인의 말처럼, 산다는 것은 정말 기분 좋고 아름다운 것임엔 틀림없다. 죽음의 늪을 헤쳐 나온 석 선장이 하루속히 완쾌되기만을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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