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랍권에 번지는 인터넷 시위혁명

2011-02-0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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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자(의사)
이집트는 세계의 화약고 라고 불리는 중동의 전략적 요충지대의 핵심국가로서 이스라엘과 손을 잡고 팔레스타인의 무장단체인 하마스를 견제하는 평화 무드를 이끌어 왔다. 또한 아덴만 일대에 해적들이 들끓고 있지만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의 관리권을 가지고 있다. 지금 수도 카이로는 무바라크 대통령의 대형 초상화를 찢으며 전국 주요도시에서 성난 시민들이 거
리로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이집트 정부는 글로벌 인터넷 접속 및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전송 등을 차단하였다. 그러나 반 정부시위 뉴스는 봉쇄망을 뚫고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의 경로를 통해 소설네트워크로 산
불처럼 번지고 있다. 젊은 인구가 대부분인 아프리카와 중동은 소설미디어를 시위혁명의 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인터넷 공간은 반정부 운동가들을 집결시키고 정보를 나누고 분노를 뿜어내는 분출구다. 그리고 젊은이들의 민주화 씨를 뿌리는 토양이 되고 있다.

민주화의 불을 점화시킨 것은 북아프리카의 튀니지에서의 한 젊은 반정부운동가의 분신 자살한 장면이 트위터와 페이스 북으로 전해지면서였다. 튀니지에서 폭발된 화산재는 맞붙어있는 아랍국으로 연쇄적으로 화산재를 쏟아 부으며 확산되었다. 소설네트워크는 장기집권의 부패한 독재정권을 끌어내리고 민주화에 불을 지피고 있다. 동영상 화면으로 이집트 시위대의 물결 속에서 검은 천으로 머리부터 발까지 온몸을 싸매고 눈은 망사로 가려놓은 아랍 전통의상(부르카)을 입은 여인이 “독재자는 물러가라”라고 목이 터지라고 외친다.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 모인 군중이 메카를 향해 땅에 엎드려 절을 하는데 주위에 군인들이 삥 둘러서서 무력하게 지켜보고 있는 광경도 이색적이다. 아랍권의 CNN이라 불리는 위성보도 채널인 알자지라방송이 생생한 현장취재를 보도하며 이집
트 정부를 겨냥하여 공세를 퍼붓고 있다. 2007년 아랍 알자지라 방송국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에게 납치된 한국인 남녀 인질 모습을 독점 입수한 동영상을 보면서 한국 국민들이 경악했었다. 공개한 동영상에 나오는 여성 인질은 모두 무슬림 여성이 쓰는 히잡(스카프)을 둘러쓰고 불안과 공포에 질린 모습이었다.

피라미드와 스핑그스, 태양달력, 상형문자 발명 등 찬란한 고대 문명을 꽃피운 이집트의 도시는 고속 첨단시대의 민주화 시민혁명의 불꽃을 태우고 있다. 아프리카 유럽을 잇는 지정학적인 위치에 있는 이집트는 동서양의 문명이 충돌하는 격전지이기도 하다. 인류 문명의 요람지였던 이집트가 어떻게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잃고 가난에 허덕이는 나라로 전락했을까?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지면 그 충격의 파급은 전 중동을 뒤흔들게 될 것이다. 주요 미국방송 채널에서는 정규프로그램을 제치고 이집트 시위사태를 숨가쁘게 긴급뉴스로 보도하면서 촉각을 세우고 있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9월 재선까지 대통령임기를 유지할 것이며 재출마는 하지 않겠다”는 미리 녹화된 성명을 들은 후 더욱 성난 시민들은 신발바닥을 높이 들어 흔들며 즉각 퇴진을 외쳤다. 이슬람 권에서 신발바닥을 상대에게 보이는 것은 최대의 모욕이다.아랍에 산불처럼 번지는 인터넷 시위혁명의 불길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벌써 이집트 시위사태의 충격으로 국제 유가가 치솟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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