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몰인정한 보수이론

2011-02-0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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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영(전 언론인)
오바마 대통령의 금년도 상·하 양원 합동시정연설은 큰 관심을 끌만한 것 별로 없는 내용이었다. 이에 반해 공화당 하원의원 폴 라이언의 반응은 흥미롭다. 그는 “희랍과 아일런드, 영국에서 일어난 일들을 보시오. 대책을 잽싸게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그들의 정부는 노인복지를 크게 줄여야 하고 전국민에게 세금을 올리며 내핍을 강요하는 거요.” 이에 미국의 대표적 진보논객 폴 크루그만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즈에서 “미국 공화당과 보수세력은 유럽에 대해 그들 나름의 ‘상상의 유럽’을 오랫동안 지녀오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것은 ‘큰정부’아래 짓눌려 경제는 침체하고 끔찍한 의료체계(terrible health care)아래 붕괴되어 가는 사회가 유럽이라는 것이 그들의 고정관념이라는 것. 그는 노동적령기에 이른 양 지역 성인중 취업인구는 유럽이 미국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을 들어 유럽이 침체로 붕괴되어 가고 있다는 라이언 의원의 주장에 반박하였다. 특히 전국민 무상의료제도를 ‘끔찍한 것’이라고 보는 미국 보수세력의 시각은 흥미를 끈다.

지난 중간선거에서 다수당으로 된 공화당은 오바마 정부가 천신만고의 파란을 겪으며 법제화에 간신히 성공한 역사적 의료제도 개혁을 지금 무효화시키려 하고 있다. 3,800만명 저소득 미국시민들은 병나도 병원치료를 받을 수 없는 벼랑으로 또다시 내몰리게 되었다. 전국민 의료보험제도나 한국에서 시끄러운 무상급식 논쟁을 보면 자신들의 당파적 이익추구를 숨기고 있다는 학자, 전문가들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음을 보게 된다. 불황과 실업으로 온 미국이 몸살을 앓고있는데도 엄청난 보너스를 챙기는 월가의 금융보스들. 결식아들을 위한 무상급식을 반대하면서도 부자감세를 고집하는 신자유주의 신봉자들을 보게되면 ‘트리클 다운 효과’니 ‘선별적 복지’니 하는 주장은 이기적 탐욕을 감추는 한낱 외피로 비쳐지고 있다.

휴머니즘과 측은지심(惻隱之心)이 결여된 보수주의자들의 반민주적 주장과 편견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빈민들에게는 청결을 권고하지 말고 그 반대의 습관을 장려해야 한다. 전염병이 돌도록 유인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매년 죽는 자가 늘어나면 아마도 우리는 모두 사춘기에 결혼해도 되고 완전히 굶어죽는 사람은 별로 없게 될 것이다” 이것은 19세기 영국의 친지주계급 경제학자, 이론으로 유명한 토머스 로버트 맬터스가 그의 인구론 제2판에서 개진한 ‘이론’이다.후세의 역사가들과 경제학에서는 청명한 과학의 이론보다 자신이 속하는 계급과 당파이익을 옹호하는 맬터스나 세이같은 학자들을 속류경제학자로 분류하고 있다. J B 세이는 신자유주의 레이거노믹스의 이론적 기초가 되는 공급측면의 경제정책을 강조한 19세기 학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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