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잠든 사람은 깨울 수 있어도…

2011-02-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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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든 사람은 깨울 수 있지만 잠 들은 척 하는 사람은 깨워지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태어나서부터, 잠만 자고 엄마 젖 먹고 늘 되풀이 하는 갓 난 아기 시절을 지나 이가 나기 시작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입속으로 들어 왔을 때 그것을 막 나기 시작한 이빨로 깨물기 시작할 때를 거치며, 나름대로의 분노와 질투를 느끼며 나에게 좋은 사람 또는 나쁜 사람을 구별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잠이 들은 척 하며 우리의 인생을 소비하나보다.

있지도 않으면서 있는 척들 하느라고 빚더미에 올라앉기도 하고, 선하지도 않으면서도 선한 척 하느라고 여기저기 오가며 자가발전을 통한 선전을 하려니 말을 많이 해야 하고 말을 많이 하는 동안은 계속 숨을 들이 쉴 새가 없이 내 뿜어야 되니 몸 전체의 균형이 깨어지기도 하고 사랑이 없이 폐부 깊숙이에 머물고 있어야 할 사장이 없이 내 위주의 사랑으로 내 만족을 위한 거짓내지는 얄팍한 사랑을 내세우며 선전을 하려니 몇 십 배 몇 백배 튀겨진 사랑을 베푸는 척 해야 하고, 순수하지 않으면서 순수한 척 하려니 온갖 미사여구가 동원되어야 하고, 상대방을 위하지도 않으면서 위하는 척 하려니 실속 없는 진실 없는 사탕발림의 말을 쉴 새 없이 해야 하며 동족을 위하지도 않으면서 위하는 척 하려니 결국은 들통이 나야 하는, 언젠가는 몇 년 몇 십 년 후에라도 들통이 나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하게 되며 교포의 일원으로 동족과 교포사회에 대한 조금의 희생 내지는 봉사 정신없이 교포사회를 위해 일하는 척 하려니 이행하지도 못할 약속들을 남발하며, 관련된 모두가 한 발짝의 물러섬만 있으면 되련만, 물러서는 대신 서로들 얼굴을 맞대고 다가와 싸움질 하다 못해 법정으로 몰고 가는 한심한 작태들이 어디에서나 쉬지 않고 끊임없이 연출되며 korean-American의 자존심을 투박한 구둣발로 담배 불 비벼 끄 듯 만신창이로 쉬지 않고 만들고 있으며, 청렴결백하지도 않으면서 깨끗한 척 하려니 여기저기서 주어먹은 것들, 여편네에 사돈의 팔촌까지 동원해 편법 부동산, 주식, 투자, 그저 돈이 되는 것은 영과 혼을 다 팔아도 돈만 쌓여진다면 좋다는 각오(?)하에 긁어모은 것들 모두 들통 나게 되고 그래도 깨끗한 척에서 못 벗어나고 유학을 한다느니 칩거를 한다느니 의 황송한 말로 본인들을 정당화시키기도 하고, 눈에 보이고 머리속에 꽉 차여 있는 것은 양들의 회개와 인도가 아닌 그저 돈과 외형적인 성장, 본인의 이름을 위함 뿐인데 거룩한 척 하려니 세상 것 늘어놓으며 하나님 말씀이라고 떠 벌리기도 하며, 세상에서도 일어날 수 없는 짓들을 안에서 해 대기도 하며 종교개혁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하기도 하며, 국가와 국민을 위하지도 않으면서 위하는 척 하려니 해 버린 거짓말을 포장하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해야 하며 권모술수의 달인들이 되어 국가, 국민, 국리민복은 안중에도 없이 조금의 이익에 이리로 파 갈리고 저리로 파 갈려 모두 오합지졸들의 집합체가 되어 국민, 국가가 의지할 수 있는 자 하나 없이 돼버리게 되나보다.

이렇게 우리 모든 가여운 인생들이 본래가 아닌 ‘척’ 속에서 살아야 되는 이유는 모두가 물질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썩어질 육체를 만족시키기 위한 물질세계가 우리들의 욕망에서 시작되었고 욕망이라는 녀석은 끝이 없는 녀석이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자들이 재산을 그것도 불의의 많은 재산을 쌓아 놓고서도 하는 작태가 이것을 증명하지 않는가.


영이 없이 욕망으로 똘똘 뭉친 육체가 우리의 모든 것이라면 우리는 개, 돼지만도 못한 존재 아닌가.

이루어도 이루어도 만족되지 않는 욕망, 잠든 척 하며 욕망을 향한 질주보다는 무소유는 모든 것을 소유한다는데 까지 이르지는 못하여도 편안하고 달콤한 장 속에서 욕망의 껍질을 한 꺼풀 한 꺼풀 씩 벗기며 꼭 쥐는 것 대신 놓는 것에 더 큰 비중을 두어 보자.
(213)748-8888


하워드 한
부동산 컨설턴트·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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