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역경과 극복

2011-02-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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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희 은 (경제팀 기자)

최근 한인 여성 사업가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 이들은 아내로, 엄마로의 역할에 머물지 않고 한 기업의 CEO, 창업자 등 다양한 활약으로 하나같이 슈퍼우먼으로 활약하고 있었다.

실내 건축전문업체인 JJFD의 이종진 대표는 여성이 버티기 어려운 건축계에서 약 20명의 건축사를 거느린 굴지의 대표이다. 남아 선호 사상이 지배했던 1950년대에 태어나 여성으로서는 버티기 힘들다는 건축계에 진출, 현재 뉴욕에서 가장 성공한 건축가 중 한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20대 중반의 나이에 콜로라도로 유학,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일에 몰두하면서 독일계 대형 건축회사에서 프로젝트 책임자로 자리잡았다. 남부러울 것이 없었지만 자본주의와 상업적 아이디어가 지배하는 뉴욕 건축계에서 예술적인 감각을 잃지 않는 건축을 하겠다는 일념으로 1997년 JJFD를 창업했다. 텍사스, 스페인 등 주와 국가를 막론하고 500건의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건축가의 길은 눈물을 쏟을 각오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말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그의 과거가 묻어난다.


1년여전 온라인 스쿨런치 주문업체 ‘오마이런치(ohmylunch.com)’의 안정아 대표는 10년간의 주부생활을 청산하고 슈퍼우먼으로 변신했다. 그녀는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마당발이라는 장점을 살려 오마이런치를 창업했다. 삼형제를 둔 안 대표는 지난해 자녀들에게 가족간 연대감을 더욱 심어주기 위해 홈스쿨링까지 시작했다. 자녀들의 학과교육도 책임지면서 오전 10시부터 두시간 동안 해링턴 팍, 노스 베일 등 북부 뉴저지의 8개 학군을 돌며 도시락을 전달한다. 오후 3시면 다음날 배달할 주문을 마감하고 밴더들에게 도시락에 부착할 해당 학생들의 이름과 메시지가 적힌 스티커를 돌린다.

한식세계화가 2010년 한해를 휘어잡은 이슈로 부상하면서 함께 떠오르는 인물, 최영숙 반 대표 도 업계에서 손꼽히는 사업가로 빠질 수 없다. 가정주부였던 최 대표는 시어머니로부터 LA 우래옥을 물려받으면서 한식당 사업에 뛰어들었다. 1999년 소호에 우래옥, 2005년 미드타운에 반을 개점, 이제는 90% 이상이 타인종일 정도로 맨하탄 반과 우래옥이 주류사회에 성공적으로 자리잡았지만 지난해 코리아 타코를 개발, 인기메뉴 반열에 올리는 등 멈추지 않는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2011년 여전히 경제 호황은 멀어 보인다. 그러나 남자들보다 역경은 더 크게, 역할은 더 많이 부여 받으면서도 몇 배의 노력으로 사업을 일구는 한인 여성 사업가들을 볼 때마다 불황속에서도 희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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