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혼자 고민 말고 도움 청하세요

2011-02-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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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정숙(뉴욕가정상담소 케이스 매니저)
아무리 배가 고파도 큰 빵을 한꺼번에 다 먹을 수는 없다. 한 입 한 입 먹게 되면 큰 빵도 다 먹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상담소에 도움을 청하는 많은 분들이 많은 일을 덩어리로 갖고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너무나 황당한 일을 겪었기 때문에 본인조자도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상담소에 오는 많은 분들은 앞뒤 빼고 “남편이 어제 저를 구타하다 이웃이 고소해서 잡혀 갔어요, 저는 아이만 길렀었는데... 세 어린 아이와 저는 이제 어떡하지요? 아이들 아버지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곧 렌트도 내야 되고, 당장 아이들 먹을 것도 없어요. 우리 어떻게 살아요. 시어머니가 저를 가만 안놔두실 거예요.“ 라고 말을 한다

참으로 난감할 것이다.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누가 날 도와줄지, 눈앞이 캄캄할 것이다. “제 남편은 어떻게 되나요?” “저 이혼해야 됩니까?” 너무나 많은 고민끝에 본인 몸 생각도 못한 채 남편이나 아이들부터 챙기는 여성들이 수두룩하다.한 여성은 육체적 구타, 정신적 억압, 감정과 언어의 억압, 그리고 경제적인 억압에서 생활하였는데 본인이 그러한 폭력을 당하는 것조차 모르고 살았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어떻게 알겠는가? 이민자 사회의 경우 경제적인 문제, 신분적인 상황, 자녀 양육 등의 문제가 모두 얽혀 있는 상황에서 이런 문제가 생길 경우 당장 개입해서 해야 할 일, 장기적으로 상담을 진행하면서 풀어야 하는 일,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구체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예를 들어 위의 사례의 경우 당장 개입해서 할 일은 본인의 몸 상태 체크와 가해자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접근금지(Order of Protection)의 신청을 위한 전체적인 평가를 해야 한다. 즉 결혼 지속 기간, 폭력의 빈도 및 정도, 가족 상황, 아이들에 대한 폭행 여부, 신분, 위험도 등이다. 이러한 평가를 바탕으로 접근금지를 신청할 때 Full order of protection이냐 아니면 같이 살되 제한된 접근금지 신처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많은 경우 클라이언트들은 당장 경제적으로도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위한 경제적 보조(Public Assistance)가 필요하고 주거의 경우 shelter나 house rent를 위한 비용 지원, transitional housing 등등이 필요하다. 또한 폭행으로 인하여 정
신적으로 post trauma를 경험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카운셀링과 감정적인 지지 등이 필요하다.


이러한 조치들이 이루어진 후 상황이 일단 안정되면 장기적으로 형사법과 가정법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필요하며 만약 이혼하게 되면 재산 분할, 아이들 양육비, 양육권, 경제적 자립, public housing 등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신분 문제로 인하여 폭력을 당하면서도 이를 떠날 수 없다면 VAWA(Violence Against Women Act), U-Visa, T-Visa 등의 제도를 통해 가정폭력의 피
해자들이 범죄의 피해자로서 합법적으로 미국에서 일하며 합법적인 신분을 유지할 수 있다. 뉴욕가정 상담소는 이렇게 복잡한 실타래로 얽혀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카운셀러는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해결사가 아니며, 클라이언트를 도와주는 역할만을 한다는 점이다. 본인들의 문제는 본인들 책임이며 본인이 결정해야 된다. 간혹 어떤분들은 이 것 저 것 다 된다 해놓고 왜 안 되느냐고 하는 경우가 있다. 본인들이 해야 하는 일은 안하면서 일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상담은 받으러 와야 하고 서류를 준비해 다른 필요한 기관과의 관계를 유지해 야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다.
일을 혼자 감당하기에 버겁다고 느낄 경우 가정폭력 핫라인 718-460-3800으로 전화하면 상담소 스탭들이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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