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장난감이 있고 없고

2011-01-3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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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병 렬 (교육가)

장난감이 어린이의 성장을 돕는다는 이야기를 하려는가. 아니다. 어른에게도 장난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사람의 일생이 천상병 시인의 생각처럼 소풍 와서 잠깐 놀다가 하늘나라로 돌아가는 거라면 장난감이 꼭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것도 ‘재미있게 놀았다’고 귀천 보고를 하려면 더욱 그렇다. 장난감이란 원래 어린이들 놀이의 도구가 되는 물건이다. 그러니까 어른의 장난감이란 어른들 놀이의 도구를 말한다. 아아, 골프도구나 낚시도구와 같은 것을 뜻하는가. 아니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본인이 장난감을 선택하여 차츰차츰 키워나가며 이루는 과정을 뜻한다. 그렇다면 전문이나 본업이 아니지만 재미로 하는 일을 말하는가. 바로 그것이다. 왜 그것을 취미라고 하지 않고 장난감이라고 하는가. 사람의 평생을 소풍이라고 해석하는데 잘 어울리는 말이 장난
감인 것이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은 무엇인가. 자녀를 사랑하는 부모는 경제적으로 무리를 하면서 값이 비싼 장난감을 구해 제공한다. 그런데 어린이들의 흥분상태는 잠시이고, 헌 잡지 찢기나 헌 상자 속에 들어앉아 자동차 운전 시늉을 한다. 상품으로 된 완제품 장난감보다 생활 주변에서 자기가 발견하거나 만든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을 그들은 더 즐긴다. 이처럼 어른의 장난감도 스스로 키워나가는 편이 완제품 구입보다 훨씬 즐거운 도구가 된다. 어른들의 장난감은 젊었을 때부터 찾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 착실한 사람, 진지한 사람, 성실한 사람, 노력하는 사람, 검소한 사람 등은 틀림없이 사람됨의 좋은 장점이다. 여기에 윤기나 물기가 가미되면 본인이나 옆의 사람까지 즐겁게 하는 영향력이 있다. 장난감이 있고 없고를 말한다.


그런 것이 경제력이 풍부할 때, 여유 있을 때 찾게 되는 넘치는 행복이라고 생각한다면, 잘못이다. 내 자신이 즐기는 것, 내 마음이 쏠리는 것, 내 마음을 다스리는 묘약은 두 가지의 효과가 있다. 하나는 힘겨울 때 차분하게 용기를 준다. 또 다른 하나는 기쁠 때 그것을 확대하는 힘이다. 그러니까 삶의 힘이 부족할 때나 넉넉할 때나 겸용으로 사용되는 힘을 준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경비는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어느 모임에서 같은 주제의 토론이 있었다. “종이와 연필만 있으면 해결되는 것이 있는 걸요” 모두의 귀가 쏠렸다. “내 장난감은 글쓰기지요, 그래서 아이디어 99%와 1%의 비용의 들어요” 모두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이번에는 다른 소리가 들렸다. “제 경우는 스케치북과 연필이면 충분해요. 제 장난감은 그림 그리기니까” 세 번째 소리도 재미있었다. “제게는 헌 잡지만 많이 있으면 되지요. 그것들로 콜라주(collage)를 만드는 것이니까요” 네 번째는 색다르다. “나는 좋은 씨앗 구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꽃밭 가꾸기가 장난감에어서 바깥 생활을 하게 되니 더욱 바람직해요” 다섯 번째는 소리를 높인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어린이들에게 붓글씨를 가르쳐 주는 일이에요. 붓글씨를 쓰면서 글의 뜻에 대한 토론도 해요” 여섯 번째의 발언은 이렇다. “내 일은 봉사활동이에요. 학교 앞길에서 학생들이 길을 건널 때 보살펴 주어요. 그 때 팔 소매에 두르는 완장은 내 훈장이지요” 일곱 번째도 당당하였다. “나는 이 지역 어린이들에게 한국 속담을 알리려고, 우선 속담을 모으고, 그 내용을 이해시키려고 영어로 상황 설명을 하고 있어요”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진다.

어른의 장난감들은 창의력의 집합체였으며 노력 나름으로 새로운 경지를 열 수 있는 잠재력이 보였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다음 모임의 주제가 정해졌다. 그 장난감들을 가지고 놀면서 각자가 쌓아올린 성과를 발표하기로 하였다. 그것도 진부한 방법이 아닌 입체적이고, 효과적이고, 신선한 방법이란 단서가 붙었다. 이들은 나이가 들어도 심심한 노인이 아닌, 제각기 재미있는 장난감을 가진 21세기의 젊은이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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