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힘을 기르자

2011-01-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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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며, 느끼며

새해 들어서 미국에 큰손님이 왔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3박4일 일정으로 미국을 국빈 방문한 것이다.

워싱턴 DC 거리는 성조기와 오성홍기 물결을 이루고 있고 뉴욕 타임스퀘어 거리도 붉게 물들었다.

대형 스크린에 중국 국가 이미지 홍보 영사물이 방영되기 시작, 오는 2월 14일까지 매일 오전 6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매시간 15회씩. 하루 300회 방영된다고 한다.


미셸 오바마도 중국인이 좋아하는 붉은 드레스를 입고 만찬장에 나와 영부인 없이 혼자 온 후주석을 환대하는데 이 모든 행사가 중국이 명실공히 세계 제2위 국가임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중국에게 미국이 최고의 지도자 자리를 양보하는 것처럼 보인다.

정상회담후의 공동성명에 북핵 폐기, 남북관계 개선 필요, 6자회담 등 한국이 연관된 내용이 발표되는 것을 보면서 가장 절실한 우리 문제인데 강대국 저들끼리 먼저 의견을 나누고 그 영향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 씁쓸하기도 하다.

중국은 한국에서 교육받은 세대에게는 ‘중공’으로 배워진 나라이다.

1950년 6.25전쟁 당시 인천상륙을 한 유엔군과 국군이 함흥 및 흥남을 점령하여 한반도를 통일하는가 하였더니 그해 10월 25일 압록강을 도강하여 북한으로 진입한 중공군이 인해전술을 폈다.

피리 불고 꽹과리를 두들기며 개미떼같이 야간에 몰려오는 중공군에게 밀리고 밀려 1.4후퇴가 일어나고 다시 서울을 재탈환하며 정전협정까지, 그리고 한 많은 38선이 그어지기까지 역사는 숨가쁘게 흘러갔다.

그렇게 배운 ‘중공’은 미국이 1971년 ‘핑퐁외교’를 시작으로 1972년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여 돌아올 때 팬더곰을 선물로 받으며 수교 정상화를 위한 돌다리를 놓다가 1979년 1월 1일 미중간 정식국교가 맺어졌다.

대만과 맺은 공동방위조약이 철폐되고 대만 주둔 미국군이 철수되며 대만과는 단교하면서였다.


한국도 1992년 8월 중국과 국교를 수립하며 ‘중공’은 ‘중국’으로 역사를 다시 배워야 했다.

그 이전까지는 중국의 정통성을 잇는 정부는 중화민국 즉 대만이었지만 ‘하나의 중국’을 표방하는 중국의 요구에 의해 한국은 대만과의 국교를 단절했다.

화교학교에서는 중화민국 국기인 ‘청천백일기’가 내려지고 수십년간 명동에 존재해온 대만 대사관 건물에는 중국의 오성홍기 깃발이 걸렸다.

당시 미국에 있던 나는 대학시절 알던 중문과 학생들 소식이 궁금했다. 대만 출신 유학생과 화교들은 주로 중국집을 했는데 나중에 샌프란시스코 쪽으로 이민 갔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웠었다.

세계 역사는 이렇게 흘러, 흘러가다가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번 후진타오 주석의 미국 방문을 보며 나날이 커오는 중국을 체감하는 한편 자꾸 대만의 처지가 생각난다. 아마 대만은 24시간 후주석의 미국방문을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역사는 승자에 의해 쓰여 진다는 말도 생각난다.

승자가 되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 나라의 힘은 국력이다. 정치, 군사, 경제의 힘은 국력을 만들고 강대국과 대등하게 한마디를 할 수 있게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힘을 길러야 하지 않겠는가.

한국의 정치가들, 뉴욕의 한인사회 지도자들, 느끼는 것이 없는지. 제발 그만 싸우자. 쓸데없이 힘을 낭비하지 말자.

한국 정치가들은 한미관계, 국방, 고물가, 구제역 등등 외교 및 서민정책에 산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 이마를 맞대고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뉴욕한인사회도 주급도 안나오는 감투에 연연하지 말고 한인이민자들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임을 다시 깨닫고 한인사회 역사를 멋지게 만들어보자. 올바르고 새로운 역사를 써나갈 이는 지금 우리이다.

민 병 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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