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스타 인터뷰 - 해리슨 포드

2010-11-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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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모닝 글로리’주역 해리슨 포드

지난 10일 개봉된 코미디 ‘모닝 글로리’(Morning Glory)에서 자기가 경멸하는 TV 모닝 뉴스쇼의 앵커로 나와 심술을 부리는 하드 뉴스 베테런 마이크 포머로이 역의 해리슨 포드(68)와의 인터뷰가 지난 5일 뉴욕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서 있었다.

잿빛이 섞인 짧은 금발에 안경을 낀 채 정장을 한 포드는 처음에는 무표정한 얼굴로 차분하게 질문에 대답하다가 시간이 가면서 큰 미소와 웃음에 농담을 섞어가며 마치 환담을 하듯 편안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나이답지 않게 건강하고 신선해 보였는데 안경 속의 눈초리가 매우 날카로웠다. 포드는 평소 인터뷰 때 퉁명스럽게 대답을 해 심술첨지로 알려졌는데 이 날은 아주 기분이 좋아서 위트와 유머를 섞어가며 시치미를 뚝 떼고 농담을 해 인터뷰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어놓았다.




“뉴스 뒷얘기 궁금 라디오 즐겨 듣는편”

*당신은 영화에서 모닝쇼 시간에 요리를 했는데 실제로도 요리를 하는가.

-조금 할 줄 안다. 그런 나는 요리하는데 시간을 많이 소비하는 것을 싫어해 생선과 고기를 굽고 야채를 찌는 것이 내 요리의 전부다.

*당신의 파트너 앵커로 나온 다이앤 키튼과 일한 경험은 어땠는가.

-이번이 그와 함께 일하긴 처음이다. 나는 다이앤의 업적을 존경한다. 그는 매우 지적이고 창의적이며 또 강하고 분명한 아이디어의 소유자다. 함께 일하면서 정말 즐거웠다.

*당신은 어떻게 뉴스를 얻는가. 아직도 뉴스인들 중 당신이 믿는 사람이 있는가.

-나는 아직도 월터 크롱카이트를 믿는다. 그가 죽었기 때문에 더 믿는다. 죽은 사람들이야 말로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나는 이야기를 얻어 내기 위해 진짜로 일을 하는 다이앤 소이어 같은 사람들을 존경한다. TV는 뉴스를 즉시 전달해 주긴 하지만 심층보도가 부족하다. 그래서 나는 뉴스 뒤의 얘기를 해 는 라디오를 즐겨 듣는다.


*TV 모닝 뉴스쇼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것은 진짜로 뉴스를 전달한다기보다 단순히 지난밤에 일어난 일을 알려주는 게 고작이다. 이것 조금 저것 조금 섞어 보도하는 잡지의 성격을 지녔다.

*당신은 지난 6월에 오래 사귀던 칼리스타 플록하트와 결혼했는데 그 뒤로 뭔가 당신 생활에 변화라도 왔는가. 부인과 어린 아들(9세난 리암)과 무엇을 하며 즐기는가.

-왜 아예 카메라를 들고 우리 집에 와서 며칠간 묵으면서 우리의 사생활을 찍으시지 그래. 남들과 마찬가지다. 아들이 학교에 늦지 않도록 돌보고 숙제를 했는지 또 자기 전에 이를 닦았는지를 검사하는 일 등이다. 칼리스타와 난 10년 함께 살아왔다. 그래서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우린 아주 행복하
다.

*당신은 과거에도 결혼을 했는데 그것을 믿는가.

-난 단지 칼리스타를 믿을 뿐이다.

*당신은 영화에서 매우 진지하고 심각한 사람으로 나오는데 실제로도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하는가.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진지하고 심각하지만 나 자신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
*요즘 어떤 네트웍은 뉴스를 보도한다기보다 선전을 하는 기관에 지나지 않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진짜 뉴스가 있긴 한데 교육을 받고 정보를 잘 아는 시민들이 그것을 제대로 얻기가 쉽지가 않다. 여기저기서 단편적으로 취득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또 중요한 것은 뉴스원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보면 익명의 정보들이 너무 많아 어느 것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 요즘 사람들은 의견보다 정보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 글을 쓸 때는 반드시 기명으로 해야 한다. 그래야 보다 신빙성이 있다.

*할러데이 시즌이 곧 다가오는데 당신은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내는가.

-난 유대인이다(그의 어머니는 유대인이고 아버지는 가톨릭). 그리고 크리스마스는 본래의 뜻을 벗어나 너무 상업화가 됐다. 그러나 난 리암 때문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면서 남들처럼 보낸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 한데 모인다는 것이다.

*영화에 유명 뉴스인들이었던 밥 쉬퍼와 몰리 세이퍼 등과 술집에 앉아 있는 장면이 있는데 그들과 무슨 얘기를 했는가.

-늙은이들이 하는 야한 농담을 했다. 물론 그 밖에도 전쟁 등 요즘 세태에 관한 얘기도 했다. 그들의 개인적 경험담을 듣는 것이 흥미 있었다.

*은퇴할 생각이 있는가.

-그 건 노인들이나 하는 것이다. 그럴 생각 없다.

*당신은 코미디에 자주 나오지 않는데 이번에 출연한데 대한 소감은.

-통상 코미디가 드라마보다 하기가 어렵다고들 하는데 유머감각이 있다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코미디는 타이밍과 음조를 중요시하는 뮤지컬적인 성격을 지녔기 때문에 난 좋아한다. 그런 요즘 코미들은 저속해 마음에 안 든다. 난 지적인 코미디가 좋다.

*당신은 삶에 아주 만족해 보이는데 그 까닭은 무엇인가.

-다섯 자식들이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며 자신들이 하는 일들을 잘 하고 있으며 또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즐기고 있다. 영화 말고 다른 일들도 즐기고 있다.

*영화에서 당신은 심술 맞고 까다로운 사람으로 나오는데 실제로 무엇이 당신을 심술 맞게 하며 또 화를 내게 만드는가.

-심술 맞을 때는 있지만 화는 잘 안 낸다. 그런데 사람들은 내가 자기들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 것을 심술을 부린다고 여기는 것 같다. 난 언제나 독립적인 사람으로 살아왔다. 심술쟁이라고 부를 테면 불러도 좋다. 그런데 나 지금은 심술 맞지 않지.

*애견을 키우는가.

-개가 두 마리가 있는데 한 마리는 날 좋아하고 다른 한 마리는 날 싫어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나를 싫어하는 것은 작은 잡종개인데 이 개는 리암을 자기가 혼자 보호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리암이 잠들기 전에 내가 굿나잇 인사를 하려고 아들에게 다가가면 날 물어뜯으려고 한다. 난 잡종개 말고는 모든 개를 다 좋아한다.

*당신은 비행기를 여러 대 갖고 있는 비행광인데 무엇이 그렇게 좋은가.

-우선 난 기계를 좋아한다. 그리고 제3차원에서 세상을 볼 수 있는 자유를 좋아한다. 비행은 나를 모든 다른 것에서부터 분리시켜 오로지 안전운항이라는 한 가지 목표에 매달리게 만든다. 난 자유와 책임을 동시에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비행을 좋아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반드시 부자만이 비행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비행은 전시와 평화 때 모두 나라에 기여한 바가 큰데 난 그 전통을 우리의 후대들이 이어갈 수 있도록 여러 면에서 노력하고 있다.

*인터넷 세상이 되면서 뉴스와 그 매체가 사멸하다시피 하는데 무엇이 근본적으로 잘못 됐다고 생각하는가.

-난 사회학자가 아니어서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선진국 중 하나이면서도 교육 수준은 7위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일지 모른다. 교육에 대해 더 이상 국력을 쏟아 붓지 않는 것이 이유가 될 수도 있다.

*60대 후반에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난 늘 활동적이었다. 적당한 운동을 하며 테니스를 즐긴다. 잘 먹고 나를 잘 돌본다. 유전인자 덕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는 인생을 즐긴다. 나는 리암이 성장하는 것을 보도록 오래 살고 싶다. 내겐 어린 손자들도 있다. 가능한 대로 장수하고 싶다.

*조지 루카스가 당신이 나온 ‘스타워즈’를 입체영화로 만드는 것에 대한 의견은.

-아주 좋게 생각한다. 그러나 난 입체영화보다는 요즘의 2차원적 영화에 출연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입체영화는 기술적으로 카메라를 위해 배우의 자연스런 행동을 양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난 그런 부자연한 제약이 싫다.

*환경보호를 위해 어떤 일을 하는가.

-사람들이 더 많이 배울수록 환경문제가 얼마나 우리들의 미래에 직접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결국 자연보호가 자신들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자연이 우리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필요로 한다. 난 환경보호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를 더 만들 생각인가.

-조지 루카스와 스티븐 스필버그가 좋은 아이디어를 열매 맺어 우리 셋이 모두 좋아한다면 기꺼이 나올 것이다.

*당신이 뉴스를 얻는 매체는.

-뉴욕타임스와 LA타임스 그리고 USA투데이를 읽는다. 그러나 월스트릿 저널은 이해할 수가 없어 안 본다(그는 철저한 민주당원이어서 보수적인 이 신문을 안 본다는 뜻). 그리고 BBC 등 여러 라디오 채널을 듣는다. TV는 종종 CNN을 보는데 때로 나의 적을 이해 위해 폭스뉴스도 본다.


앙숙간인 모닝쇼의 두 앵커, 다이앤 키튼과 해리슨 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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