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활인의 신앙 - 천주교의 마리아 공경

2010-10-1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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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신자들이 으레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왜 천주교회에서는 마리아를 공경하느냐, 혹시 우상숭배 아니냐”는 것이다. 다른 종교 사람뿐만 아니라, 심지어 같은 크리스천인 개신교 분들에게서조차 자주 듣는 질문이다. 하느님 아버지나 주님이신 예수님께 직접 기도드려도 되는데 왜 마리아를 통해 드리는가, 하는 식의 의문들이 많다.

언뜻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묵주를 들고 성모상 앞에서 열심히 기도하는 성당 분들을 보면 자칫 오해받을 수도 있겠다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천주교 신자들이 바치는 ‘성모송’ 기도를 보면, 마리아를 하느님처럼 신으로 섬기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우리를 위해 ‘빌어’ 달라는 기도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여 기뻐하소서(루가 1:28).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도다(루가 1:42).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 저희를 위해 ‘빌어‘ 주소서(가톨릭교회의 기도)’

보다시피 ‘성모송’ 기도는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에게 나타나 인사한 성경말씀과 마리아의 방문을 받고 세례자 요한의 어머니 엘리사벳이 인사드린 성경 말씀에다가 ‘지금 이 순간과 저희 죽을 때 저희를 위해 기도해 달라’는 부탁말씀 하나 더했을 뿐이다. 묵주기도는 이 기도를 열 번씩 다섯 단으로 세기 좋게 바치도록 해놓은 것이어서 마리아를 신으로 섬기는 것도 아니고 성모송이 성서에 기록된 말씀들인데 무슨 우상숭배의 오해를 받을 일이 있겠는가 말이다.


알고 보면, 하느님께 직접 기도하면서도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경우 주위 사람들에게 기도를 ‘부탁’하며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가. 이것이 우상이 아님을 알기에, 개신교회에서도 ‘중보기도’를 중시하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구세주의 어머니가 되신 ‘마리아’에게 천주교인들이 기도 ‘부탁’ 드리는 것이 하느님 공경하는 데 무슨 하자가 될 것이며 우상숭배 행위가 될 것인가.

천지를 창조하신 하느님은 전지전능하신 분이어서 이 세상에 오실 때 원하시기만 하면 구차스럽게(?) 여인의 몸에 성령으로 잉태되어 오실 필요가 없지 않으신가. 그런 하느님께서 인간 ‘마리아’를 통해서 이 세상에 오신 것은 왜 그러셨을까. 하느님은 분명코 불필요한 일을 하실 리가 없는데 말이다.

그리고 이 세상에 오신 예수님은 당신의 신성을 드러내 보이신 첫 ‘기적’을 가나의 혼인식장에서 왜 어머니 마리아의 ‘청’을 들어 주시는 자비를 통해 이루셨을까. 그것도 “어머니, 아직 제 때가 이르지 않았습니다” 하는 그 순간에 말이다. 인간 ‘마리아’는 알고 보면 인류의 시조인 아담과 ‘하와’의 불순종으로 등진 하느님과의 관계를 “이 몸은 주님의 것이오니, 하느님 뜻대로 하소서” 순종함으로써 인간과 하느님과의 관계를 다시 회복시켜 좋으신 새 ‘하와’라는 증거 아니겠는가. 그래서 이 세상에 하느님이 오시도록 자신을 내어드린 ‘새’ 어머니가 되신 분 말이다.

우리는 언젠가 분명 하느님 앞에 나아가 ‘심판’을 받게 되어 있다. 그때 죄인인 우리를 대신해서 주님께 자비를 ‘간청’해 주실 ‘어머니’가 계시다는 것이 진정 우리에게 얼마나 큰 복이며 기쁨일 것인지,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는 일 아닌가.


김 재 동 <가톨릭 종신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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