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눔의 행복 - ‘21C 라이언 일병 구하기’

2010-09-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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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은 오직 하나! “가서 라이언 일병을 구하라” 1998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한 금세기 최고의 전쟁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주인공 존 밀러대위(톰 행크스 분)와 그의 부대원들에게 떨어진 명령입니다.

세계 제2차 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 6월, 전사자 통보업무를 수행하던 미 행정부는 작은 시골 마을 라이언 패밀리에서 4형제가 모두 참전했다가, 며칠 새 3명이 전사하고, 막내 제임스 라이언(맷 데이먼 분)만 아직 살아서 프랑스 어느 전선에서 작전을 수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세 아들을 졸지에 잃고 슬픔에 잠긴 라이언 부인을 위해 막내아들을 무조건 찾아내 집으로 보내는 특별작전을 세우게 되는데, 그 임무가 존 밀러 부대에 하달된 것입니다. 8명으로 구성된 특별 수색팀이 작전에 투입돼 한 순간에 생사가 갈리는 전장을 헤매게 됩니다.

결국 한 지역에서 다리를 사수하기 위해 전투 중인 라이언 일병을 만납니다. 그러나 희생을 감수하고 자신을 찾아 온 밀러 대위 등을 만난 라이언 일병은 “이런 바보 같은 작전이 어디 있느냐”며 전우들을 두고 혼자 고향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며 거부합니다. 이 때 밀러 대위는 정색을 하고 얘기합니다. “이 작전은 너를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한 것이야. 만일 우리 중 누군가가 이런 상황에 처했다면, 너도 기꺼이 그를 구하러 나섰을 거야.” 이 대답은 부대원들에 의해 끝없이 제기되었던 ‘왜 우리가 이 작전을 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에 대한 답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밀러 대위까지 전사하지만, 라이언 일병은 그들의 희생을 통해 생환합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감동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 강도는 마치 진도 8.0의 지진만큼이나 강렬합니다. 영화 시작과 함께 펼쳐진 노르망디 상륙작전 전투장면의 그 리얼한 처참함, 부대원 한 명이 독일군과 육탄전을 벌이다가 힘이 모자라 가슴에 칼을 꽂으며 서서히 죽어갈 때 느끼던 안타까움, 그 바로 곁에서 너무 두려워 전우가 죽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는 병사의 비겁함에 대한 분노, 그러나 그가 평생 안고 가야 할 자책감에 대한 인간적인 연민 등등…. 이런 복합적인 감정들로,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을 참을 수 없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가장 큰 감동은 전쟁에 나간 네 아들 중 셋의 사망 통지서를 받은 어머니의 절망, 그 절망을 위로하기 위해 하찮을 수도 있는 병사 한 명을 구하기로 한 인간적인 결정, 그리고 그 명령을 수행하려고 기꺼이 희생을 감수하는 부대원들의 모습, 자신을 내려진 귀환 명령을 거부하던 라이언 일병의 뜨거운 전우애 등으로 이어지는 휴머니티 라인일 것입니다.

우리는 영화 속 라이언 일병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인 수많은 또 다른 라이언 일병의 소식을 들으며 21세기를 살아갑니다. AIDS, 말라리아 등의 질병, 지진이나 홍수 등의 재난, 전쟁 등으로 모두를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우리의 라이언 일병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누군가가 찾아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영화 속 라이언 일병처럼 “그곳을 떠나지 않겠다”고 호기를 부릴 힘도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여러분이 부대원들처럼 생명을 걸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그들에게 다가가 관심을 보이고, 나눌 수 있는 작은 것을 나누기만 하면 됩니다.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아주 간단한 ‘21C 라이언 일병 구하기’ 프로젝트입니다. “꼭 살아서 돌아가라, 그리고 잘 살아라… 우리의 몫까지….” 영화 마지막에서 밀러 대위가 가슴에 총을 맞고 죽으면서 라이언 일병에게 남긴 유언입니다. 나는 우리의 라이언 일병들에게 이렇게 전하고 싶습니다. “죽지 말고 꼭 살아있어요, 우리들이 곧 갈 겁니다. 그때 희망을 얘기합시다.”


박준서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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