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눔의 행복 - “Because He Loves Me”

2010-09-0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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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심리학자인 에릭슨은 자신의 ‘심리사회적 발달 8단계 이론’을 통해 3단계 유아기 아동들이 또래들에게로 친구 관계를 넓혀나갈 때 긍정적으로 적응하는데 가장 중요한 배경으로 ‘부모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확신’을 꼽았습니다.

지난 8월3일 샌디에고를 출발한 월드비전 선명회 어린이 합창단의 2010년 미주 순회연주 대장정이 지난달 30일 오클라호마시티 커뮤니티 칼리지 연주를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샌디에고부터 샌프란시스코까지 서부지역을 휘돌고는 워싱턴 DC로 날아가 뉴저지, 뉴욕, 코네티컷, 보스턴까지 동부 지역을 섭렵하고, 다시 휴스턴, 달라스, 오스틴, 오글라호마시티를 순회하는 27일간의 23회의 연주는 성인 합창단이라 할지라도 결코 쉽지 않은 일정이었습니다.

자유로운 여행이라도 거의 한 달이면 지치게 마련인데 날마다 ‘아침 이동, 저녁 연주’를 반복하는 하는 강행군의 고됨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행여 아프지나 않을까, 다치지나 않을까, 물갈이하지나 않을까 등등을 걱정하며 내내 마음 졸이며 지켜보았으나, 대견스럽게 큰 사고 없이 잘 버텨들 주었습니다. 사고는커녕 너무나들 밝고 즐겁게 보내는 것을 보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습니다. 38명의 아이들이 아침마다 조별로 나눠 갖던 경건회 시간. 손을 맞잡고 자신들의 연주를 통해 지구촌 굶주린 영혼들이 더 많은 후원자들을 만나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며 흘리던 그들의 투명한 눈물을 보며, 왜 하나님께서 어린아이와 같은 자들만이 천국을 볼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지를 새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마음 한 켠에 궁금함이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저 아이들을 힘든 일정 속에서도 웃게 하고 재잘거리게 하고 기도하게 하는 원동력이 과연 무엇일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오래지 않아 그 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들이 부르는 노래에 들어 있었습니다. ‘우리 걸어 온 길, 결코 순탄하지 않아도, 그 길에 우리 주님 함께 계셔, 주의 축복으로 주의 사랑으로, 우린 그 길을 걸어갈 수 있었네… 주는 선하시고 인자하신 하나님, 나를 사랑하시기에, Because He loves me….” 무대에서의 아이들의 얼굴이 왜 그렇게 찬란하게 빛났는지, 그들의 노래가 왜 매번 가슴을 설레게 했는지, 이동 중 55인승 버스 안에서 곤히 잠든 아이들의 모습이 왜 그렇게 천사 같았는지…. 그것은 바로 주님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작은 가슴의 굳건한 믿음 때문이었던 것입니다.

유아기 아동들이 부모님의 사랑을 배경으로 새로운 삶의 환경을 개척해 나가듯 이 아이들은 주님의 사랑을 배경으로 고된 여정을 피곤한 기색 없이 즐겁게 해 나가고 있던 것입니다.

아이들이 순회연주를 하는 동안에도 지구촌 곳곳에서 이웃들의 신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들이 신음하는 이유는 물질적인 필요 때문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무관심 속에 소외된 존재로서의 외로움이 그들을 더욱 신음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아이들이 자신들이 믿는 주님의 사랑을 품고 고된 여정을 헤쳐나갈 수 있는 것처럼 고통 받는 우리의 이웃들이 “누군가 나를 사랑하고 있구나”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면 그들의 삶은 훨씬 쉬워지고, 그들의 외로움은 훨씬 가벼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부르는 ‘Because He loves me’가 그들의 고백이라면, 누군가에게 사랑을 전하는 존재로서의 he가 되는 것, 그 아이들이 이 한여름에 우리에게 남긴 숙제입니다.


박 준 서 (월드비전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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