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별을 넘어 세상 죄를 쏘다

2010-08-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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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철에 가족과 함께 강원도 횡성에 있는 한 천문대에 들렀다. 천계의 별들을 실물 그대로 보여주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코스가 압권이었다. 멀리서 보면 은하계는 별들이 한데 엉겨 붙은 빛덩이 같다. 그러나 실제로는 태양보다 수백 배나 큰 별들이 서로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천억 개 이상의 별들이 모여 한 은하계를 이루고, 그 은하계가 또 천억 개 이상 모여 우주를 이룬다. 천문대 소장은 “지구상의 모든 모래알보다 우주의 거대한 별들의 수가 더 많다”고 했다.

우주의 광대함은 무한하신 창조주의 ‘신성과 능력이 만물에 드러난’(롬 1:20) 증표다. 하나님께는 ‘열방은 통의 한 방울 물 같고 저울의 작은 티끌 같으며 섬들은 떠오르는 먼지와도 같다’(사 40:15). 그토록 광대하신 분이 작디작은 별 지구에 사람의 몸을 입고 오셨다. 지구에만 인간이 있고 죄와 죽음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온갖 종교적, 철학적 방황도 다 티끌만한 별 안에서 일어난다. 피조물의 작은 머리로 하나님의 지혜를 당할 수 없다. 하나님은 그분이 직접 제시한 길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다.

하나님은 영원히 형벌 받아 마땅한 인간의 죄를 용서하시되 그냥은 하실 수 없다. 성경은 “인자와 진리로 인하여 죄악이 속하게 된다”(잠 16:6)고 밝힌다. 그분의 사랑과 공의를 동시에 만족시킬 방법이 필요했다. 바로 그 방법이 선민 이스라엘에게 제사법으로 제시되었고, 그 제사를 완성한 분이 예수님이시다. 온전한 속죄는 세 가지 요건을 필요로 한다.


첫째는 피를 흘려야 한다는 원칙이다. 죄의 삯은 사망이며(롬 6:23), 육체의 생명은 소화된 음식의 영양분을 온 몸에 공급하는 피에 있다. 죄인의 생명을 구하려면 속죄제물은 반드시 흘릴 피를 가진 산 짐승이어야 했다. ‘내가 이 피를 너희에게 주어 제단에 뿌려 너희의 생명을 위하여 속죄하게 하였나니 생명이 피에 있으므로 피가 죄를 속하느니라’(레 17:11).

둘째는 대신 형벌을 받는다는 원칙이다. 죄를 지으면 원래는 당사자가 죽어야 한다. 그러나 다른 짐승이 그의 죄를 대신 지고 죽는 제사법이 허락되었다. 인간의 죄는 안수를 통해 그 짐승에게 전가된다(레 1:4). 이 대속제물은 예수님을 상징한다.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요 1:29).

셋째는 완전한 제물만 용납된다는 원칙이다. ‘그 짐승이 흠이 있어서 절거나 눈이 멀었거나 무슨 흠이 있으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 잡아 드리지 못할지니’(신 15:21). 성자 하나님께서는 피 흘릴 육체를 가지되 죄 없는 온전한 인간으로 오셨다. 그분은 교수형이나 종신형으로 죽으실 수 없었다. 십자가에 못 박혀 피를 뚝뚝 흘리셔야 했다. 지극히 광대하신 그 하나님의 핏값이 어찌 티끌 같은 지구상 모든 인류의 죗값을 통틀어 단번에 갚지 못하겠는가!

고대 원시종교 사회에서는 신에게 동물을 잡아 드리는 피 제사가 유행했다. 첫사람 아담이 930년 동안 살면서(창 5:5) 한 짐승의 핏값으로 얻은 가죽옷 사건을 후손들에게 두루 간증해준 까닭이다. 그 민간전승이 고대 중국의 상형문자에도 반영된다. ‘의롭다’는 뜻의 한자 ‘의’는 ‘양 아래 내가 있는’ 모양이다. 이것이 과연 우연일까. 참된 하나의 원형이 있기에 생겨난 여러 유사 모형들의 잔재가 아닐까. ‘그는 우리를 위하여 자신을 버리사 향기로운 제물과 희생제물로 하나님께 드리셨느니라’(엡 5:2).


안환규/사랑의 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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