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늦기 전에

2010-08-1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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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유례없이 낮은 이자율이 부동산 시장에 호재로 작용한다.
그런데 여름엔 비수기라고 하더라도 지금의 주택시장은 너무 조용하고 지역에 따라서는 썰렁하다는 표현도 나온다.

일부 숏세일이나 은행 매물 중에서도 시세보다 아주 월등히 낮은 가격이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다.
워낙 첫 집을 장만하는 바이어에게 주는 택스 크레딧이 6월로 마감한 탓에 하반기 주택 구입 예정자가 미리 서둘러 앞당겨 에스크로를 끝냈다 하더라도 올 여름은 유난히 조용하다.

몇 년 동안의 부동산 파동으로 일부 투자자들은 장기 채권을 사들였고 은행마다 허리띠 졸라매며 입금만 하고 쓰지 않아 쌓이는 돈으로 인해 이자율이 대폭 낮아졌다.


이자율은 낮아져도 대출의 문턱이 높아 융자승인이 어려워 순환이 더디다.
집에 대한 융자 또한 집 감정이 예년에 비해 현저히 낮으므로 바이어가 미리 준비한 다운 페이먼트 이외의 여유자금을 갖고 있어야 집을 살 수 있다.

감정가가 낮게 나오면 그 차액을 바이어가 더 가져와야 하므로 마지막에 예민해지는 바이어의 마음을 설득시키지 못하면 에스크로는 오픈했어도 중간에 깨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에이전트들도 미리 집을 보여주기 전에 바이어에 대한 재정 형편을 미리 파악하려고 한다.
융자를 먼저 알아보고 사려고 하는 집의 감정을 받아본 후 바이어가 모자라는 금액을 채울 수 있는지 여부가 우선이다.

부동산 시장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웬만하면 숏세일에 협조적이던 큰 은행들이 지금은 숏세일에 들어가는 서류가 완벽하다 하더라도 일부 아주 좋은 매물들은 숏세일 승인 대신 은행이 직접 팔아버린다.

그 숏세일 하나 성사시키려고 하루에도 몇 번씩 이메일 확인하고 어쩌다 전화 통화 한 번 하려면 몇 십 분 전화를 붙들고 있어야 하는 에이전트의 몇 달에 걸친 수고가 수포로 돌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오바마 정부가 내세운 숏세일 활성화 정책의 하나인 HAFA 프로그램이 지난 4월 초에 승인이 났지만 은행도 아직 해 본 전례가 없어 은행마다 가이드 라인과 진행방법이 각각 다르다.


숏세일을 진행하는 양쪽 에이전트들의 오랜 인내를 필요로 하는 부동산 시장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15년 상환 이자율이 3.75% 밖에 안 되므로 (8월9일 현재) 이보다 높은 이자를 내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재융자를 권하고 싶다.

불경기엔 단 일이백불이라도 줄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주 한인타운을 지나가다 한복판 노른자 위치 상가의 군데군데 붙어 있는 ‘임대 가능’의 사인이 즐비한 것을 보게 됐다.

한동안 어마한 금액의 Key Money가 동원됐던 지역의 상권들이 임대료조차 버거운 현실 속에서 속속 폐업한다.
버티고 버티다가 파산을 선고한다.
잘 나가던 주변의 지인들의 파산을 보며 막상 낮은 이자율로 집 투자가 호재임을 알면서도 심리적으로 돈을 쓰지 않는다.

빈곤의 악순환은 아니라도 몇 년간 지속된 반짝 호경기 뒤에 오는 불경기라 더 견디기 어려울 수 있다.
십년 주기마다 반복되는 엎락 뒷치락 부동산 시장에서그래도 지나고 보면 그럴 때 투자한 부동산들이 효자노릇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살다보면 기회는 더러 오는데 늘 선택을 미루다 밋밋한 현재에 안주하는 모습을 발견한다. ‘최상의 투자 조건은 늘 지금’이라는 어느 성공담이 귓전에 맴돈다.
(562)304-3993

카니 정/콜드웰뱅커 베스트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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