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활인의 신앙 - 남자와 여자는 이래서 다르다

2010-08-0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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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분의 부탁으로 얼마 전 결혼식 주례를 맡은 적이 있다. 옛날과 달리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변하는 요즈음 세상은 결혼마저도 공부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팔자소관으로 여기며 참고 살던 그런 세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결혼은 성공적인 전투와 같아서 먼저 상대방과 자신을 알고 시작하면 백전백승할 수 있는 게임(?)이다. 그런데 문제는 결혼을 통해 부부가 되고 나서도 신랑신부가 서로 다른 ‘남녀의 특징’을 지니고 있음을 여전히 깨닫지 못한 채 생활하는 것이다.

본래 대부분의 남자는 성취지향적이고 과업(?)지향적이어서 매일매일 ‘성취’라는 사다리를 타고 한 계단 한 계단 인생길을 올라간다. 그러다 보니 그간 죽자 살자 매달려 온갖 정성을 다 쏟았지만 이제 사랑하는 여자를 아내로 맞아들이게 됐으니, 결혼식이야말로 남자에게 자기가 바라고 바랐던 성취를 다 이룬 순간이다. 일단 성취가 이루어지면 남자는 안심하고 또 다른 사회적 성공이라는 계단을 오르기 위해 위를 올려다본다. 이제는 사랑하는 아내와의 보금자리를 꾸미기 위해 집도 장만하고 가구도 사들이고 멋진 차도 마련하기 위해 밖에 나가 더 많이 일하여 더 많은 수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하나에 온통 관심이 집중된다. 이미 아내는 ‘내 것’이 됐으니 안심하고 일에 몰두할 생각만으로 가슴이 벅차게 되어 있는 것이 ‘남자’란 말이다.


그러나 결혼식을 마친 아내에게 있어서 결혼식은 새로운 ‘관계’로 들어가는 첫 출발이다. 결혼식을 성취라고 생각하며 ‘이루었다’고 만족하는 남편과는 달리, 아내는 결혼 다음날부터 교제해 온 지난날보다 더 많은 시간을 남편과 함께 보낼 생각으로 꽉 차 있다. 한 사람은 끝냈다고 생각하고, 한 사람은 시작이라고 생각하니 여기서부터 갈등이 생기게끔 되어 있는 것이 결혼이다.

두란노 아버지학교 김성묵 국제운동 본부장의 말대로, 결혼식이 끝나면 아내는 장거리를 뛸 준비를 하기 위해 조깅복을 입고 조깅화를 신고 머리에 ‘우리의 행복을 위하여’라는 띠를 하고 “자기야 얼른 나와! 빨리 뛰자!”며 재촉하지만, 남편의 반응이 없단다. “뭐하고 있나?” 하며 들어가 보면 대부분의 남편은 자거나 TV를 보고 있다가 “아니 게임 끝났는데, 뭘 또 뛰어?”라고 투덜댄다. 결혼이라는 일차 과업을 완수하고 잠간 휴식하면서 성취해야 할 이차 과업을 구상하고 있는 남편의 입장에서 보면 아내를 무시하거나 사랑이 식은 것이 아니다. 아내와의 사랑을 위해 ‘제 정신’을 차린 것이다. 그러나 아내는 결혼했으니 이제 둘 사이가 더욱 신바람 나는 새로운 관계로 이어지겠구나 굳게 믿었던 기대가 어긋나서 속이 상할 뿐이다.

이래서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른 모양이다. 남자에게는 ‘성취’가 곧 자신의 정체성이며 아내를 사랑하는 길이나, 여자들은 특별한 ‘관계성’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성공적인 ‘행복한’ 결혼을 위해서는 우선 이같은 남녀의 서로 다른 ‘특성’부터 이해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김 재 동 <가톨릭 종신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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