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희망찬 아침을 시작하며

2010-07-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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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세계적으로 모든 나라든 또는 회사나 개인이든 부유의 산출방식으로 대개 얼마나 많은 가치의 돈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돈으로 부유의 기준을 따진다.

그러나 화폐의 유통구조가 요즘처럼 편리하고 원활하게 발달되기 이전인 불과 2~3백년전 만 하드라도 부유의 산출방식으로 지역에 따라 쌀이라든가 다른 곡식을 생산해 내는 토지의 면적이나, 다른 지역에서는 말이나 양 등, 가축의 숫자 또는 집에서 부리는 하인들의 숫자로 자신의 부유한 정도를 나타내곤 했었다.

실제로 4~50년전 한국의 시골 농사짓는 마을에서는 누구네가 논이 몇마지기이고 밭이 몇백평이 된다고 하는식으로 부유의 정도를 나타내곤 했었다. 그런가하면 중세의 유럽국가에서는 귀족들이 자신의 부유한 정도를 자랑하기 위하여 자기집에 몇마리의 말들과 몇명의 하인들이 있는지를 말하므로서 자신의 부의 정도를 나타내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가령 한귀족이 자신의 성채에 2백마리 정도의 말들과 십여명의 하인들만 거느리고 있어도 대단히 부유하고 흡족한 생활을 영위하며 살 수 있었다.

그 말들로 하인들이나 소작인들이 함께 농사를 짓고 마차를 끌었으며, 하인들은 집안 청소로 부터 시작하여 밥짖고 설겆이 하는 식모, 아기를 보아주는 유모, 빨래와 바느질을 하는 침모, 뒷간을 치워내고 장작을 패어 땔감을 준비하는 머슴들, 대문을 지키고 있다 주인이 도착하면 문을 열어주는 문지기 머슴, 또 필요한때 이웃의 친구나 귀족들에게 소식을 전해주는 전령머슴, 그리고 좀 부유하고 여유있는 귀족들은 파티할 때 음악을 연주하는 악사들과 춤을 추는 무용사들까지 거느리고, 호의호식하며 그들의 부유와 풍요함을 자랑하며 즐거운 삶을 살았을 것이다. 필자가 구구하게 말들의 숫자와 하인들의 밥짓는 이야기까지 늘어 놓으면서 횡설수설하는 이유는, 오늘날 잘 발달된 물질문명의 혜택을 누리며 살아가는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거의 모두가 옛날에는 극히 소수의 최상급 귀족들이나 누렸던 혜택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은 까닭이다.

사실 웬만한 자동차 한대의 성능은 150마리의 말들이 끌어야 비슷할 정도의 강력한 성능을 가지고 있으며, 차안의 라디오와 에어 컨은 전속 음악사와 부채 머슴을 거느린 셈이다.

집에 돌아와서도 차고문을 열어주는 문지기로 부터 밥을 해 주는 전기밥솥과 접시를 닦아주는 디시워셔 식모, 빨래를 빨아서 말려주는 세탁기 침모, 친지나 친구들의 소식을 받아서 알려주는 전화 메시지 머슴, 불지필 준비를 마친 개스 오븐 머슴, 더운물과 찬물을 대령해서 손만 돌리면 목욕을 할 수 있게 준비해 놓은 물 당번은 물론이요, 손가락으로 누리기만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튀어나오는 수 많은 음악사들과 무용사들, 또는 그날 하루의 온갖 소식들을 전해주는 잘 생긴 얼굴의 하인들이 줄줄이 상자안에서 대기하고 있는 테레비나 컴퓨터 머슴도 있으니, 이러한 혜택들은 옛날 어느왕이 누렸다는 3천궁녀의 부귀영화에 비길바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풍요한 물질적인 혜택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이, 웬지 옛날 물질적으로 궁핍하게 살았던 사람들보다 더 고립되고 정신적으로 더 큰 빈곤감에 시달리는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서 한번쯤, 150내지 200마리의 말들이 나란히 줄을 서서 나의 마차를 끌고 있다는 장관을 상상하면서 운전해 보시라! 내차가 아무리 쭈그러지고 털털거리는 고물차라도 그리 나쁜 기분은 아닐 것이다. 아니 오히려 우쭐해지는 기분과 함께 운전도 더 조심스러워지고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와 에어컨의 바람소리도 더욱 즐겁고 시원하게 느껴질 것이다.

오랜 불황으로 고달픈 이민생활일지라도 어려움을 즐거운 마음으로 헤쳐 나간다면, 머지않아 행운의 여신이 커다란 미소로 반갑게 나를 맞이하리라는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오늘도 대기하고 있는 200여 마리의 말에게 힘찬 출발을 알리는 채찍을 흔든다.


키한/뉴스타 부동산 토랜스 지사장
(310)968-8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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