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 안의 십자가 통증

2010-07-2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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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음 이야기

어금니 하나가 아파 치과를 들렀다. 딱딱한 음식을 잘못 씹었는지 치아에 금이 갔다. 그 틈새로 세균이 침투했다고 한다. 며칠 동안 신경치료를 받는데, 신경을 긁어내는 과정에서 치통의 진수를 맛보았다. “신경을 건드릴 때 아프면 왼손을 들라”는 말부터가 공포였다. 눈이 아프면 그제야 눈이 있는 줄 알듯 새삼 내게 몸이 있고 그 내부 곳곳에 미세한 신경망이 깔려 있다는 게 실감났다. 몸에 범상치 않은 통증을 느낄 때면 늘 그랬다. 치과에서도 어김없이 내 몸과 똑같은 신경기관을 가지셨던 예수님의 십자가 고통이 떠올랐다.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에 그 분은 먼저 온 몸에 채찍을 맞으셨다. 곤봉에 아홉 개의 끈을 달아 만든 채찍은 끈의 중간과 끝에 둥근 쇳덩이와 양의 뼛조각이 붙어 있다. 처음에는 그 무거운 가죽 끈이 피부만 찢었다. 나중에는 피하조직을 찢고 속 근육까지 파고들었다.

로마 군병들은 예수님의 머리에 조롱삼아 뾰족한 가시 면류관을 씌웠다. 그분의 얼굴에 주먹질하고 침을 뱉었다. 잠도 못 주무시고 허기진 채 39대의 채찍질을 참아내신 예수님은 이제 십자가 형틀을 지고 골고다로 향하신다(막 15:15-20).

의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십자가상 육체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예수님의 손목과 발목에 사각진 굵은 대못이 박혔다. 십자가에 매달린 몸이 차츰 처지면서 손목에 박힌 못에 몸무게가 실린다. 예리한 아픔이 예수님의 손가락과 팔을 따라 뇌로 전해졌다. 양손의 못은 중추에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고통을 피하려고 몸을 위로 밀어올리자 이제는 몸무게가 발목에 박힌 못에 지워졌다.


양쪽 팔이 피로해지면서 경련이 근육 전체로 급속하게 퍼졌다. 깊고 사정없이 쑤시는 통증이 밀려왔다. 벌린 두 팔로 몸무게를 지탱하자 가슴 근육이 마비되고 늑간 근육도 제 구실을 못했다. 공기를 폐 안으로 흡입할 수는 있었지만 내쉴 수는 없었다. 짧게라도 호흡하려고 예수님은 몸을 위로 밀어 올리고자 안간힘을 다 쓰셨다. 힘겨운 몸부림이 반복되는 가운데 시간이 영원히 정지된 듯한 십자가상의 고통이 진행되었다.

고대 로마시대에 십자가형은 역사상 가장 잔인한 사형집행 도구로 악명이 높았다. 노예나 식민지 사람들 중 반란 주모자를 처벌하는 데 주로 사용되었다. 처형과정에서 건장한 사람은 며칠씩 꼬물거리며 십자가에 매달려 있기도 했다. 이미 탈진한 상태에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은 6시간 만에 숨을 거두시고 만다.

보통 종교들은 그 창시자의 죽음에 비중을 두지 않는다. 그들이 남긴 가르침이 중시될 뿐이다. 그러나 기독교는 예수님의 죽음이 중요하다. 그가 지신 십자가는 기독교의 상징이다. 참 하나님이시자 참 인간이신 한 분의 독특한 죽음이었고, 부활은 그 죽음이 지닌 영원한 속죄의 효력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십자가는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 천국과 지옥이 한데 만난 곳이다. 예수님은 당신이 손과 발, 머리와 가슴으로 지은 죄 때문에 손발에 못 박히시고 머리에 가시 면류관을 쓰시고 가슴에 창을 찔리셨다. 당신이 받을 영원한 지옥 형벌의 고통을 십자가에서 대신 당하셨다.

그리고 당신이 지옥에 떨어지는 순간 당신의 창조자를 향해 울부짖어야 할 절규를 대신 외치셨다. 아주 개인적인 그 외침이야말로 예수님께서 돌아가실 때 인류 각자 한 사람 한 사람을 마음에 두셨다는 확증이다.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막 15:34).


안 환 균 <사랑의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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