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메리칸 드림

2010-07-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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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절반이 지나간다.
모두들 주어진 현실 속에서 열심히 살고 있다.

그러나 몇 년째 이어진 부동산 파동의 여파가 아직 여진으로 남아있다.
소비가 미덕이란 말이 흐려지고 허리띠 졸라매는 근검절약에 다시 익숙해진다.

재활용 산업은 바빠지는 반면 요식업, 의류, 차량 등의 세일이 대폭 줄었다.
부동산 시장도 돈이 돈을 벌 듯 지금 같은 하락세를 기다린 투자자들은 분주하다. 때를 잘 못 만난 초기 투자자들만 두 손 들었다.


6백만불 이상의 빌딩 가치가 입주자들이 나가는 바람에 그 가치가 반 토막으로 떨어졌다.

세금을 아끼려고 1031 Exchange로 더 큰 부동산에 투자한 게 화근이 된 투자자들이 많다.

한국처럼 사두기만 하면 무조건 오르던 그 시절이 이제 다 지나고 그동안 곶감 빼먹듯 쏠쏠 빼서 쓴 집의 융자가 큰 걸림돌이 된다.

이래저래 결제한 크레딧 카드가 상한선에 가깝다.
여기저기 나가는 돈을 쪼개고 또 쪼개도 페이먼트만 늘어난다.
한 달을 버티고 또 그 다음 달을 버텨도 당장 달라지는 것이 없다.
어렵사리 조금씩 모아뒀던 아이들 적금까지 고스란히 해약하며 살림에 보탠다.
한인 타운의 실정은 더 긴박하다.

새로 개업하는 식당들의 제 살 깎기 경쟁으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던 곳들이 하나 둘 간판을 내린다.

먹지도 않는 밑반찬 숫자를 배로 늘리고 가격은 내리니 수지가 맞지 않는다.
식당 주인이 직접 웨이츄레스로 뛰며 모은 팁을 렌트비에 보탠다.
불과 몇 년 전, 집을 여러 채 소유하면 큰 자랑거리가 되더니 요샌 명함도 못 내민다.

부동산의 파동으로 기회를 못 잡았다고 한탄한 사람들이 이젠 진중한 선택을 한 것처럼 보인다.


1980년대 모기지 금리가 10% 전후였던 것을 감안할 때 20년이 지난 지금 4.375%(7월19일 현재-컨포밍 융자)의 초저금리가 형성돼도 워낙 된서리 맞은 부동산 시장의 회복은 아직도 더디다.

이자율이 워낙 좋고 정부에서도 집주인들의 숏세일 이사비용 3천불을 내주면서 도와주라는 HAFA 프로그램의 활성화로 숏세일 진행이 빨라지고 바이어들이 서서히 움직이기는 하지만 큰 변동은 없는 편이다.

이자율 1% 떨어진 것은 집값의 10% 정도를 싸게 샀다고 보면 될 정도로 이자 지출에서 큰 이득을 보는 건데도 앞으로 더 집값이 떨어질 때를 기다리는 바이어들이 의외로 많아 휴가철처럼 조용하다.

주변에서 모두 부정적인 말 뿐이니 돈 쓰기가 더 망설여진다.
어디 투자해서 이익을 봤다는 사람 하나 없어 현금을 움켜쥐고 있는 편이 마음 편하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 집 한 칸 없이 월세를 내며 이사 다니던 한 고객이 미국에 와서는 한 푼 두 푼 모으며 어렵사리 집 두 채를 장만하더니 30년 지나 융자금을 모두 상환하면서 누구도 부럽지 않은 노년을 맞게 된 모습을 보며 흐믓해 진다. 그들은 당신들이 미국에 살아서 가능했다는 말을 여러 번 되풀이 했다.

누가 뭐래도 나름대로 신조를 갖고 자신만의 꿈을 키우고 이루면 그것이 ‘아메리칸 드림’이 된다는 것을 그들을 보고 다시 배운다.

집이 차압되고 파산하더라도 의기소침 하거나 우울증에 빠지지 말고 다시 빈손으로도 일어설 수 있다는 강한 투지가 필요하다.

힘들게 살아도 부모를 지켜 주는 건강한 꿈나무-그들의 바른 성장이 곧 ‘아메리칸 드림’이 될 것이다.
(562)304-3993


카니 정 / 콜드웰뱅커 베스트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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