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이 러브 코리아!

2010-07-08 (목)
크게 작게
여름방학 하자마자 보름 동안 아들을 한국에 보냈다.

몇 년 만에 보는 우리나라인데 그래도 이제는 꽤 친숙한 느낌이 드는 듯 돌아 온 얼굴이 밝기만 하다.

그간 여러 스포츠를 통해 김연아, 추신수 선수와 월드컵 축구가 연이어 부각돼 코리아에 대한,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갑자기 늘었다.
거들떠보지 않던 신문의 큰 활자를 더듬더듬 읽어내며 모르는 말은 서너 번씩 반복한다.


매주 토요일마다 머리 아프다며 한글학교 수업을 빼먹던 버릇을 못내 아쉬워하는 표정이 익살스럽다.

저렇게 때가 되면 자기나라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그렇게 먹지 않던 야채를 비행기 안에서는 너무 맛있게 먹었는지 집에 와서도 비빔밥을 찾는다.

대중교통을 맘껏 이용하더니 서울의 일반버스 정류장에 부착된 버스 도착 시각을 알리는 시스템을 보고 한국을 대단한 선진국으로 여긴다.

삼성, LG, 현대, 기아등 굵직굵직한 메이커에서 만든 질 좋은 제품이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라는 데서 어깨 쭉 펴는 자부심을 갖는다.

우리 가족의 다음 차종은 꼭 한국 차로 해야 한다며 새끼 손가락 거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외국 나오면 다 애국자라고 했는데 막상 바쁘게 살다보면 자신이 한국인인지 미국인인지 아주 가끔은 잊고 살 때가 있다.
그래도 본국에서 수재민이 나면 작은 금액이나마 기꺼이 보내려는 마음이 드는 건 끈끈한 조국애 때문이다.

예쁜 영어 이름은 미리 골라 시민권 선서 때 미련 없이 바꿔도 하루 종일 우리말과 음식을 접하면서 지혜로운 한국인이란 뿌리에 강한 자긍심이 베어난다.
한국가면 한국 음식이 더 맛있어서 체중조절은 힘들 거라며 미리 선포한 녀석이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녔는지 날렵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멜팅 팟(Melting Pot)인 미국에 살다가 똑같은 피부색에 한가지 언어를 쓴다는 게 아들에겐 대단한 매력으로 보였는지 오랫동안 책꽂이용으로 장식된 한글 책을 덥석 집어 부지런히 읽어 내려간다.
오자마자 한국에서 유명한 그룹들을 유튜브
(You Tube)에서 찾아 최신 유행곡을 몇 번씩 따라 부르는 모습을 보니 흐믓하다.


이번 여행으로 인해 자기나라를 사랑할 수 있고 자긍심마저 갖게 돼 가슴이 벅차다.

택시 안에서 기사 아저씨와 대화를 하려는데 그 분이 못 알아들어서 난처했다는 아들은 그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부지런히 한글을 배우겠다고 다짐한다.

모처럼 열린 월드컵 축구 우루과이전을 빨간 티셔츠에 머리엔 대한민국 띠를 두르고 강하게 단결된 모습으로 목 아프게 응원하면서 그는 똘똘 잘 뭉치는 우리나라의 근성과 투지를 배웠다.

대한민국이 좋지만 자기 또래의 친구들은 하루 종일 그리고 밤늦게까지 오직 공부만 한다며 고등학교 까지는 미국이 더 좋지 않느냐는 그의 질문에 함께 웃었다.

나를 살뜰히 키워주신 부모님이 태어나신 땅, 내 어린 시절이 그대로 남아 있는 그 땅에서 아이들이 자기 뿌리를 느끼고 오는 그 사실만으로도 가슴 벅찬 감동이 밀려온다.

“아이 러브 코리아”를 흥얼거리는 아들의 어깨가 듬직하게 보인다.

(562)304-3993


카니 정 / 콜드웰뱅커 베스트 부동산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