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동성애자에 대한 단상

2010-05-2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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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희(사회 2팀 기자)

“교회사람들이 보는 눈도 있으니 사람들이 보는 데서는 절대로 ‘동성 연애자’란 말은 하면 안된다.”얼마 전 존 리우 뉴욕시 감사원장 주최로 열린 아태문화유산의 달 행사에서 사회계몽 봉사상을 받은 ‘동성연애자 인권운동가’ 댄 최씨가 자신의 부모로부터 들은 말이다. 그는 “하지만 ‘동성연애자’라고 해서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군에서 조차 쫓겨나야 한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됐다. 동성연애자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인간으로서 보장받아야 할 권리
가 있다”고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신체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일을 못하는 것도 아닌데 ‘동성 연애자’란 이유만으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결정되는 것만큼 부당한 일도 없을 것이다. 이는 그 사람의 입장이 돼 생각해 보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이상하게도 ‘동성연애자’들의 인권보장은 잘 되지 않는 것 같다. 아무래도 사람들의 생각에 ‘나는 그렇지 않으니까’, ‘그건 잘못된 것이니까’라는 편견이 녹아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 같은 ‘동성연애자’에 대한 제약은 미국 사회보다 미주 한인사회에서 더 강하게 표출되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깔린 보수적 성향에 ‘비정상적인 것에 대한 강한 편견’이 섞여 그런 듯 싶다.


기자는 고등학교 재학시절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로 동성 연애자인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가 부모와 ‘교회 사람들’로 부터 자신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직접 보며 ‘동성연애자’에게 가해지는 미주 한인사회의 제약이 어떠하고 그것이 당사자에게 얼마나 가혹한 것인지 알게 됐다.
그 친구는 늘 “난 장남인데 동성연애자라 결혼을 못하겠다고 하면 아버지, 어머니가 엄청난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얼마나 오랫동안 속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할 수 있을 때까지는 비밀로 할 것이다”라고 말하곤 했다. 과연 ‘동성연애자’란 이유만으로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조차도 속 시원히 말하지 못하고 최 씨처럼 직장으로 부터 버림받는 것이 과연 정당한 일일까.

만약 우리가 이러한 제약을 받았다면 어떠했을까. ‘동성연애’ 등 주어진 이슈에 있어서 자신 나름대로의 의견을 갖는 것은 꼭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의견은 말 그대로 그 사람의 생각, 즉 주관적인 입장일 뿐이다. 개인의 생각을 일반화 또는 정당화 해서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동을 하는데 사용한다면 그것은 오만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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