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천안함에서 중국보기

2010-05-2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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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한인유권자센터 상임고문)

클린턴을 국무부 장관으로 기용한 오바마 행정부의 대외정책의 골격이 보이고 있다. 새 행정부가 출범한지 꼭 일년 반이 지나고서다. 두 가지가 방식이 엿보인다. 첫째는 지역 중심에 포스트를 정하고 큰 테이블에 지역전체를 집중시키는 포스트 외교 방식이다. 또 한가지는 현실에 기반을 둔 외교철학을 바탕으로 ‘새로운 현실의 창조(Creating other new realities)’라는 주도
권 전략이다.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는 러시아와 급작스럽게 강국으로 부상하면서 세계 흐름의 분명한 한축을 만들어 지도하려는 중국의 관계가 밀착되는 것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러시아를 유럽쪽으로 유도하고 일본을 애써 무시하면서 중국 중심의 판을 짜는 클린턴 장관의 행보가 그것을 설명하고 있다.
천안함 침몰사건의 와중에서 실세 국무장관인 힐러리가 아시아순방에 나섰다. 가이트너 재무장관을 포함한 200여명의 수행원을 이끈 중국방문은 사실, 천안함 침몰사건과는 별개로 이미 예정되었던 ‘미, 중 경제전략대화’다. 힐러리 클린턴 장관은 일본에 하루묵고 중국에 3일 체류하면서 귀국길에 한나절 서울에 들렀다.


미국은 오히려 한국정부보다 더 일찌감치 천안함침몰이 북한의 공격이었다는 결론을 내린 것 같다. 사건의 진실에 대해서 “100% 한국정부의 조사결과를 신뢰한다”라고 입장을 천명한 것이 바로 그것을 설명한다고 해도 지나친 추측이 아니다. 한국정부가 그렇게 결론을 내릴 것을 예상했든 아니든 그것은 이미 중요한 것이 아니다. 힐러리 장관은 ‘천안함침몰’ 사건을 통해서 중국을 명확하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말해서 중국의 지도자와 북한간의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지 않고서는 동북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역할(성과가 동반되는)을 결정할 수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힐러리 장관은 일본을 거쳐서 중국으로 들어가는 길에 중국에게 선택을 강요했다. 일방적으로 북한의 입장을 대변할 것인가? 아니면 미국과 함께 논의할 것인가?의 명확한 답변을 요구했다.

결론적으로 중국의 답은 전자이다. 중국측의 “신중하고 절제해야 한다”라는 답은 ‘한국과 미국‘에 동의할 수 없다는 답변이다. 베이징에서 서울로 날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클린턴 장관은 ‘천안함침몰사건‘만이 아니고, 6자회담의 재개와 구도에 더 큰 고민을 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게도 마찬가지이지만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오히려 미국에게 더 큰 독약이다. 소련이 사라진 후 미국 주도로 벌어진 전쟁을 평가한 오바마 정부의 대외정책 브레인들의 결론이 그렇다.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대응을 진지하게 프로의 눈으로 보지 않으면 도저히 탈출구가 없다. 국제사회의 논리(작동방식)는 국익이 진실에 앞서기 때문에 당사자인 우리가 중국의 태도나 미국의 입장에 목을 매고 일비일희 하는 일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한국정부가 중심’이어야 한다. 클린턴 장관이 서울에서 ‘한국정부와 함께 대북한 강력응징’을 선언할 때 바로 그 시각에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오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은 워싱턴 DC 의사당 안에서 북한 응징 연방의회 결의안이 통과되는 것을 참관하고 있었다.
이전엔 볼 수 없었던 세련된 입체적인 광경이다. “한국은 전쟁(전면전)을 제외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라는 대통령의 의지를 가장 유력한 정치인들에게 전달하면서 상, 하원내 여, 야 의원들의 ‘한국정부와 완벽하게 공조한다’라는 합창을 지휘하고 있었다. 미국과의 공조가 이보다 더 완벽했을 때는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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