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언제까지 말썽인가

2010-05-2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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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최근 한국인들의 어이없는 행태가 미국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미국내 온라인 사이트 선상에 버젓이 가짜 한국여권을 판매하고 있는 사기행각이나, 연방 보건국의 발표중 미국내 아시안들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음주문제 등이 그것이다. 한동한 잠잠하던 한국여성들의 매춘도 요즘 또 다시 고개를 들면서 한국인들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키고 있다.한국인의 탁월한 재주와 능력이 연일 미 언론에 회자되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한국인들의 자랑거리는 최근에만도 연예인들이 아시안영화제의 화제인물로 떠오르는 가 하면, 미 프로골프계에서 한국 선수들이 경이로운 기록을 경신해 세계속에 한국인의 이미지를 가일층 돋보이게 하였다. 한국인들이 이와 같이 피땀어린 노력으로 한국민의 명예와 자존심을 높이고 있는데, 또 다른 한쪽에서는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다면 이는 좀 생각해 볼 문제이다.

예로부터 한국민족은 예의가 바르고 품행이 단정하다 하여 한국을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렀었다. 그런데 지금은 예의지국은 커녕, 해도 너무하다 할 정도로 매너가 없고 행동이 아주 형편없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노래방의 고성방가나 길거리 방뇨, 쓰레기를 아무 곳에나 버리는 추태 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말썽이 되어 왔다. 얼마전에는 퀸즈 카운티에서 가장 많은 주민들의 불평건수가 ‘소음’이라고 발표한 적이 있다. 혹시 한국인이 그 신고대상에 포함돼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다. 자주 거론되는 것이지만 아파트복도나 엘리베이터 등에서 타고 내릴 때 스쳐가는 이웃이나 미국인들과도 눈인사 하나 제대로 하지 않고 말똥말똥 그냥 쳐다보며 지나치는 모습을 보면 저 사람이 과연 동방예의지국의 후예인 한국인인가 의구심이 들 때가 많다. 인사는 않더라도 미소 정도만이라도 그렇게 인색할게 무엇인가.


요즈음 한국을 다녀온 사람들이 하나같이 하는 이야기가 있다. 한국사람들의 노 매너, 노 친절을 보고 예전의 그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를 당한 사람이 뭐라고 한마디 하게 되면 오히려 저지른 사람이 더 눈을 크게 뜨고 큰 소리를 치는 어이없는 행위를 한다고 한다. 그런 일상생활, 그런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의 공동의식은 자연히 소멸되게 마련이다. 그런 바람이 이곳 한인사회에도 이따금 불어 한인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때마다 한인들은 미국사회에 얼굴 들기를 부끄러워하곤 했다. 너도 나도 미국사회에 동화되고 적응하기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는 한인사회에 미꾸라지 몇 마리가 물을 흐리면서 나오는 결과이다. 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가? 생각해보면 한국이 너무 높은 곳만 바라보고 이웃과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고속 성장을 하다 보니 이러한 상황으로 온 것이 아닌가? 몸만 성장했지 사회적 인격은 그에 걸맞게 자라지 못한 사춘기의 모습이 아닌가 한다.

미 연방정부의 차관보급인 헤럴드 고 국무부 법률고문의 어머니 전혜성 박사는 얼마 전에 열린 한 강연에서 우리 자신을 반성해 보자고 강조하며 한국사람 때문에 세상이 잘 됐다는 소리를 들어야 하지 않겠는가고 반문하였다고 한다. 전 박사는 우리사회가 강조하는 엘리트양성 보다는 우선 사람이 되어야 한다며 미국에 살려면 1%도 안되는 한인들이 이 사회에서 필요한 사람으로 기여하는 인종이라는 이미지를 주지 않으면 곤란하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문화가 발달하고 사회가 복잡해지면 질수록 인문학이 절실하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의 교육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는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전통을 잊어버리고 세계화 속의 보편적 예의에 대한 교육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타인들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 우리에게는 지금 경쟁만이 아닌 대화와 타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 방법이 바로 예의와 격식이다. 불편하지만 예의와 격식을 배우고 익히지 못하면 결국 사회적인 외톨이가 될 수 밖에 없다. 우리 한인사회도 이점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고 스스로 배우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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