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화위복(轉禍爲福)

2010-05-1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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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전화위복은 어려운 한자지만 너무나 많이 쓰는 격언이어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 화가 변하여 복이 된다는 말이다. 나쁘게 생각되었던 일도 지내놓고 보니 좋은 일이었다는 뜻이다. 그러니 지금 어렵다고 해서 그다지 실망할 건 없다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지난 8일 뉴욕에 끔찍한 일이 벌어질 뻔했다. 파키스탄 계 미국 시민인 사자드(30세)가 뉴욕의 중심가 타임스퀘어를 폭파하려 획책했다가 실패로 돌아갔다. 이보다 1주일 전 뉴욕 시장은 예산 절감을 위하여 경찰 892 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하였었다. 경찰관 축소로 5천 5백만 달러의
예산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타임스퀘어 폭파 사건이 터지자 즉시 경찰 감원은 없다고 선언하였다. 9백 명의 경찰과 그 가족들에게는 이보다 더 기쁜 소식은 없다. 공포의 테러가 오히려 9백 명의 생계를 건져준 것이다.

최근에 일어난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은 세계를 뒤흔들었다. 화산 구름 때문에 유럽 항공편들이 취소되는 대소동이 벌어졌다. 그러나 화산 폭발이 재앙만은 아니다. 화산 구경을 위한 관광객이 격증하여 아이슬란드는 즐거운 비명을 올리고 있다. 옛 양키 구장의 흙을 병에 넣어 팔았듯이 화산재를 병에 넣어 한 병 20달러 씩 받는데 아주 잘 팔린다고 한다. 무엇이 복인지 세상일은 두고 보아야 안다. 지금 잘 나가도 화가 될 수도 있고, 오늘의 눈물이 내일의 웃음이 될 수가 있다. ‘너무 성급하게 결정짓지 말라.’(Don’t make a hasty conclusion)는 미국 격언도 있다.

프랑스가 낳은 세계적 화가 르누아르는 몹시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났다. 너무 가난하여 학교에도 못가고 소년시절부터 도자기 공장에서 일하였다. 그러나 그는 단순한 직공으로 끝나지 않고 도자기의 색감 연구와 도자기에 들어가는 그림 연구에 몰두하였다. 그는 자신의 불운을 발전의 기회로 만들었다. “예술가가 자기에게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면 마지막이다. 교만을 버리고 하급 직공처럼 열심히 일할 때 자신의 예술을 닦을 수 있다.”고 르누아르는 말했는데 아마도 자신의 체험담일 것이다. 그는 한 때 심한 신경통으로 손을 쓰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붓을 손에 붙들어 매고 그림을 그렸다. 부인이 손님에게 말했다. “저런 손으로도 그림을 잘 그리죠?” 르누아르는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그림은 손으로 그리는 게 아냐. 눈으로 그리는 거야!” 그에게 좌절이란 있을 수 없었다.


행운이니 액운이니 비운이니 하는 말이 있다. 사람이 오른 팔과 왼 팔 두 개를 동시에 사용하며 살 듯, 용감한 사람은 행운과 액운을 동시에 사용한다. 일이 잘 풀릴 때는 감사하며 그 행운을 내일을 위하여 비축하고, 일이 얽히고 불행한 사건에 부딪쳤을 때는 그 액운을 사용하여 희망의 발판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슬기로운 사람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기의 부족을 알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가끔 좌절감을 경험하지만 다시 일어설 기회를 믿는다. 슬기 있는 사람은 지금의 괴로움을 오래 짊어지고 다니지 않으며 눈물을 값진 진주로 바꾸어 놓는다. 듀크 대학의 노인문제 연구소는 낙관주의자가 비관주의자보다 오래 살고 건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조사 결과이다. 세상을 어둡게 보고 자기의 의미를 희미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겠는가? 행복이란 마음의 태도이기 때문에 밝은 쪽을 관찰하며 사는 사람의 것이며 어두운 쪽만 보는 사람에게 안겨지지 않는다. “어떠한 형편에든지 내가 자족하기를 배웠노라.”(빌립보서 4:11-14 참조)라고 말한 바울의 태도가 행복해질 수 있는 비결이다.

미국에서 운전하면 가끔 Detour 라고 씌어있는 표지판을 본다. 도로공사 같은 것이 벌어져 길이 임시로 막혔으니 다른 길로 돌아가라는 뜻이다. 물론 돌아간다는 것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썩 유쾌하지 못하다. 그러나 하이웨이로 나가려면 괴롭지만 돌아가야 한다. 괴로움이 절망은 아니다. 단지 돌아가는 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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