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밀입국자들의 비애

2010-05-1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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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호(사회 1팀 기자)


올 들어 포괄이민개혁법안에 대한 논의가 각계 각층에서 한창이지만 연방의회의 움직임은 여전히 복지부동으로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민 전문가들은 의료보험개혁안 입법 과정에서 보여줬듯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정치적 생명을 걸고 추진하지 않은 한 올해 안에 가시적인 결과를 얻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이라도 당장 백악관과 연방의회가 입법 절차에 착수해 하루속히 합법신분 취득 기회가 부여, 떳떳하게 이 땅에서 살아가기를 바라는 것은 해당 불법 체류자들의 한결같은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현재 추진 중인 포괄이민개혁에서 조차 소외된 채 살아가는 불체자들도 상당수다. 바로 법의 사각지대에서 놓여 있는 밀입국자들이다.
단순 서류 미비자, 즉 합법적으로 비자를 받아 미국에 입국한 뒤 합법 체류기간이 지난 불법체류자들은 이번 이민개혁이 아니고서도 미 시민권자 배우자를 만나거나,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귀화한 자식들을 통해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이 있다. 그러나 밀입국자들은 이 같은 경로를 통해 합법체류 신분을 취득할 수 있는 길 조차 없다. 물론 이들은 무조건 사면해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상당수의 이민자들이 영주권을 받기 전까지 합법 체류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지금도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며 살고 있다. 그들의 입장에서 볼 때 밀입국자들의 구제는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일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인도적인 차원에서 밀입국자들을 위해서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들이 잘못을 했다면 적절한 벌금부과 등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구제 받을 수 있는 기회
를 제공해야 한다. 현재 미국과 한국은 비자면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더 이상 한인 밀입국자들이 양산되지 않는 추세다.

그러나 과거 한인 브로커들이 합법적으로 미국 비자를 받지 못하는 한인들에게 밀입국을 알선해 왔고 이로 인해 뉴욕·뉴저지 일원에는 상당수의 밀입국자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어려움을 가진 채 살고 있는 그들을 위한 구제책도 이번에 추진되는 포괄이민개혁안에 포함돼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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