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육의 현장과 스승의 날

2010-05-1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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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신(교육전문가/PS 46 School Counselor)

내가 처음 상담교사로 일할 때에는 25학군, 즉 한인학생이 많은 학군에 몇 명의 한인교사가 고용되어 있었으나 한인 가이던스 카운셀러는 한 사람을 고용해서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함이었다. 나는 두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니면서 일했다. 그 중에서도 중학교에서 오래 일했었는데 한창 힘든 청소년이어서 그런 아이들을 상담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매우 도전적이었다. 어려운 일도 많았는데 그 이유는 부모님들이 장시간 일에 매여 있어 충분한 대화로 사랑에 굶
주린 학생들을 도와야 했기 때문이다. 방치만 해두고 눈만 마주치면 공부하라는 부모님의 부당한 기대와 학과목의 기초가 부족한 청소년들이 집을 나가는 일들이 허다했다. 나의 집 전화번호를 알게 된 부모들은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해오고 어떤 이는 새벽에도 도움을 요청했다.

요즘에도 그렇지만 당시만 해도 한참 젊은 청년들로 구성된 갱단이 어린 중학생들을 포섭하여 조직을 키우기 위해 학교가 끝나는 시간이면 큰 밴을 학교 앞에 세우고 학생들을 태우고 가곤 했다. 그런 학생들이 장기결석은 물론, 다른 학생들에게 금품을 요구하고 무력을 행사할 뿐만 아니라 여학생들도 가담시켰다. 어리고 예쁜 여학생들이 중국타운 사창가로 떠났다는 소문도 무성했었다. 하지만 학생들이 이 때문에 쓸데없는 요해도 많이 받았다. 많은 경우 훈육주임과 교감, 교장은 한인학생들이 검은색 옷차림에 몰려다니기만 해도 전부 갱단이라고 미워하고 무시해서 그게 아니라고 설득시키는 일이 쉬운 것이 아니었다.


문화 충격으로 힘이 든 학생들이 죽고 싶다고 쉽게 영어로 내뱉은 말이 화근이 돼 부모와 연락이 안되어 아동정신병원에 간 일도 많고 화를 이기지 못하고 학교기물을 부순 학생이 경찰 수갑에 채워져 창살있는 경찰차에 나와 둘이서 뒤칸에 실려간 일도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은 부모의 꾸지람을 두려워한 나머지 성적표를 조작하기도 했다. 뉴욕시 교육현장에는 아직도 문화의 차이, 언어 장벽으로 인한 일들이 매일 일어나고 있다. 앞으로 한국문화를 이해하고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1.5세와 2세들이 많이 교육계에 진출, 우리의 권익과 교육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해 주었으면 한다. 미국의 교사들은 자녀교육에 있어 무엇보다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은 부모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미국 교육계의 전체적인 흐름이다. 많은 한인 학부모들은 ‘이민’이라는 어려운 환경과 언어장벽이라는 이유와 바쁘다는 핑계로 교사와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할 줄 몰라 쩔쩔매는 분들이 너무나 많다.

미국 교사들은 대부분 근엄하기 보다 어느 민족이나 인종을 막론하고 친절한 편이다. 부모, 교사 학생이 제각기 자기의 위치에서 서로 존중하고, 각자의 책임을 지는 관계를 좋아한다.뉴욕한인학부모협회가 주관하는 스승의 날 행사가 오늘이다. 그 동안 한인 학부모회는 행사준비를 위해 여러 차례 모임을 갖고 모금활동을 펼치는 등 성공적인 스승의 날 행사를 위해 그 동안 많은 준비를 해 왔다. 학부모회는 이번 스승의 날 행사에 교육감, 교장, 교사 등 뉴욕시
교육관계자들을 초대한다. 우리 자녀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현직의 미국 교사들의 역할이란 참으로 중요하다 그래서 스승의 날과 같은 행사를 통해 수백 명의 미국 교사들에게 스승을 존경하는 우리의 전통과 풍습을 알리고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것은 그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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