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거짓말쟁이

2010-05-1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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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뉴욕한인교사회 회장)

사람들이 흔히 말한다. “당신은 참 목소리가 크고 독특하네요. 언제나 어디서나, 당신의 목소리를 알아볼 수 있어요.”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밖에 나가서나 나는 목소리가 큰 편이다. 같은 학교에서 함께 가르치고 있는 막내 동생한테 자주 주의를 듣는다. 좀 조용히 말 하라고.하지만 타고난 목소리 탓인지, 아니면 작게 말을 하면 안 들리는지 하여튼 내가 생각해도 나는 목소리가 크다. 칭찬을 할 때도 호들갑을 떨면서 큰 목소리를 내고 과찬을 한다.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아이들을 혼낼 때도, 내가 내 목소리에 놀랄 만큼 크다. 어떤 때는, 우리학생들과 내 딸들이 불쌍하게도 느껴진다. 그래서 사람들이 내 목소리가 참 크다고 할 때는 칭찬인지 흉을 보는지 혼동 할 때도 많다.목소리는 아름답게도 쓰여질 수도 있고 흉하게도 쓰여질 수가 있다. 예쁜 입으로 그리고 목소리로 아름다운 말, 사랑의 메세지를 나누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예쁜 입과 목소리로 추잡하고 험악한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도구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나? 입, 언어, 그리고 말은 우리에게 특별히 주어진 도구이다. 도구를 잘 쓰면 화목한 평화를 누릴 수 있고, 주어진 도구를 독으로 쓴다면 사람의 마음과 영혼을 죽일 수도 있다.흔히 우리 선배교사들과 거짓말 이란 주제를 가지고 많은 대화를 나눈다. 어른이 되어 자신의 이익과 편의를 위해서는 숨 쉬듯 거짓말을 잘 하는 사람들도 많고, 나 역시 이런 이들을 많이 경험하고 보았다.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식은죽 먹듯이 거짓말을 하는 전문 거짓말쟁이들은 참 어리숙하다. 다른 사람들이 다 자신의 거짓말에 넘어간다고 착각을 하기 때문이다. 아니면 거짓말을 상습적으로 하는 병적인 거짓말쟁이 (pathological liar)들도 많다. 이솝우화속에도 자기 꾀에 넘어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한번은 지금은 은퇴한 우리학교 교장선생님이 거짓말을 하는 것을 경험하고 본 적이 있다. 이 교장선생님도 시도 때도 없이 식은 죽 먹듯 거짓말을 잘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 선생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진심인지 거짓인지 언제나 불확실하고 혼동된다. 이처럼 우리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시도 때도 없이 거짓말을 하는 “거짓말 세상에” 살고 있다. 이럴 때 마다, 나는 이런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한다.어린아이를 가르치고 순수함을 경험하는 교사가 거짓말을 식은 죽 먹듯이 하면, 정말 이 세상도 말세에 도달했다고 할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청결하고 소중한 직분을 가진 자들은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교사, 교장, 목사, 종교지도자, 종교기관에서 일하는 모든 직분을 맡은 사람들은 거짓말에 대한 책임을 꼭 지게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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