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 남자 ‘내추럴 시크룩’으로

2010-05-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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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봄 남성복 트렌드

천연 소재와 심플 디자인 오렌지톤이나 노랑나비 컬러
꽃남 배우 이민호가 선보인 편하고 자연스런 댄디 스타일

남성들도 이제 밝고 산뜻한 컬러 매치에 익숙해져야 한다. 2010년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선보여 주목을 받은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오렌지톤 수트는 물론이고 루이비통이 세련되고 건강한 남자의 표상으로 기획한 노랑나비 컬러도 과감하게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남자의 수트는 역시 그레이”라며 너덜너덜한 브이넥 실크 셔츠에 그레이 재킷과 팬츠를 선보인 미우치아 프라다도 틀리지 않았다. 그렇다. 올 봄 남성복 트렌드는 ‘내추럴 시크룩’이다. 어깨부터 발끝까지 딱 떨어지는 반듯한 정장차림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남성들의 심리가 반영된 자연스럽고 편안한 스타일. 실용적인 소재로 기능을 강조하고 산뜻한 컬러로 포인트를 주는 대신 디자인은 심플하게 변했다. 특히 면과 같은 천연 소재와 자연스러운 구김이 돋보이는 디테일, 자연 그대로를 옮겨온 컬러가 내추럴 시크룩을 대표한다. 드라마 ‘개인의 취향’에서 댄디 스타일을 선보인 꽃남 이민호가 내추럴 시크룩의 교과서이다.



배우 장동건·고소영 결혼식에 참석한 소지섭의 올 블랙 스포티룩.


누구나 한 장씩은 가지고 있는 티셔츠와 스키니진, 깔끔한 가디건으로 내추럴 시크룩을 완성한 이민호.

“옐로 반바지도 산뜻해”


파스톤 계열의 셔츠, 9부 팬츠, 재킷 혹은 가벼운 니트 상의가 극중 이민호의 스타일이다. 여기에 양말을 신지 않은 채 스니커즈를 신고 빅 백을 메고 다니며 도시의 바쁜 남성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러나 아무리 이민호처럼 기럭지가 되고 늘씬한 몸매의 소유자라도 한국 남자에게 오렌지와 옐로 컬러는 여전히 언감생심이다. 루이비통이 선보인 뉴욕의 오토바이 배달부 패션은 아무리 활기찬 거리를 활보하는 남성을 표현한다고 해도 노란 택시를 연상시킨다.

게다가 잘 차려 입고 자전거를 타는 꽃미남들이 아름다운 루이비통의 메신저 백을 메고 있었다면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그래도 루이비통의 전통적인 럭서리와 모던 테크의 접목, 그레이블루 혹은 옐로 반바지 정장, 밑단을 걷어 올린 9부 바지는 세련된 남성을 위한 디자인임에 틀림없다.


그나마 산뜻한 오렌지톤과 상아색 스키니 팬츠에 가벼운 니트 상의를 매치해 밝은 분위기를 연출한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시도해 볼 만하다. 물론 이민호처럼 스키니 정장을 멋지게 소화할 수 있는 슬림한 몸매라면 말이다.

‘지나치게 눈에 띄는 컬러는 싫어한다. 옷만 부각되기보다는 남자가 먼저 보여야 한다’는 패션 철학의 소유자 보테가 베네타의 디자이너 토마스 마이어마저 강렬한 이미지의 플라워 프린트 스키니 정장을 선보였고, 테일러드 수트의 대가 조지오 알마니마저 시즌 남성복 컬렉션 테마를 ‘일하는 남자들을 위한 수트’로 내세워 실용성을 가미한 편안한 실루엣으로 활동적인 이미지를 연출했으니 말이다. 포멀과 캐주얼, 스포티를 아무런 규칙 없이 섞은 패션이 바로 ‘내추럴 시크룩’ 아닌가 싶다.

어쨌거나 이 같은 트렌드는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밝고 산뜻한 분위기의 옷차림으로 열심히 일해 불황을 탈출하려는 남성들의 욕구를 반영한 것이다. 과거 남성복 컬렉션은 어깨에 빅 백을 메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는 모델들이 대부분이었다. 셀폰과 랩탑만 있으면 휴양지에서도 얼마든지 일할 수 있는 시대에 굳이 사무실에 앉아 있을 필요는 없다는 간접적인 표현이었다. 그러나 경기 불황이 남성들로 하여금 일터로 돌아가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의지를 갖게 했다고 할 수 있다.


뉴욕의 오토바이 배달부 패션을 테마로 노란 반바지 수트를 선보인 루이비통.


산뜻한 오렌지 컬러를 활용해 활기찬 남성의 이미지를 표현한 살바토레 페라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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