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태권도로 한국문화 알리기

2010-05-0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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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교육가/수필가)

나는 주말이면 친 손자 손녀, 주중에는 외손자 외손녀를 돌본다. 그런데 딸 내외가 직장생활을 하기 때문에 온통 주중에는 딸네 집에서 외손자 외손녀를 더 많이 거두게 된다.모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하는 것처럼 우리들은 참 바쁘다. 아이들의 아침 등, 하교, 부족한 공부를 위해 하는 영어, 수학 등 과외 라이드, 그리고 각종 운동에 데리고 다니며, 저녁에 온 식구가 둘러 앉아 즐겁게 갖는 저녁 식사 준비까지 하루 생활이 정신없이 돌아간다.

다행히도 나의 아들 딸들은 자기 자녀들의 운동을 태권도로 정해 놓고 운동을 하게 하여, 친 손자는 벌써 3학년 짜리가 검정띠를 땄고 외손자 7학년, 4학년짜리 외손자, 외손녀는 다음 5월에 검정띠 딸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다.
친손자와 외손자가 다니는 태권도장이 다 다른데 친손자가 다니는 도장은 Grand Master가 한국에서 미국에 진출한지 몇년 되지 않지만 야심차게 미국 동부지역에 30여개의 도장을 세울 목표로 우선 이 뉴저지에만도 10개를 두고 있다. 모든 운영은 한국식으로 수준이 훨씬 높다. 외손자가 다니는 도장은 미국에서 역사가 오래된 곳으로 Grand Master가 쌍둥이 1.5세들인데 자신
들의 실력이 미국에서, 아니 세계에서 알아주는 검정띠 7단의 선수로서 수학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본이 되고 다니는 학생들도 한국 아이들보다 외국아이들이 더 많아 두 도장의 장단점이 다분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한국학교협의회에서 실시하는 동요대회나 동화대회 등 각종 대회에 따라 다니기도 바쁜데, 친손자가 다니는 태권도장에서 하는 챔피언 쉽에도 가보고 또 외손자가 다니는 도장에서 하는 토너멘트에도 참석하느라 여간 바쁘지 않다. 아이들이 태권도를 열심히 해서 두각을 나타내는 실력자가 되는 것이 나의 바람이기도 하지만, 다민족 사회에서 살면서 자기를 방어하는 숨은 무기를 갖추는 것만으로도 우선 만족해야 하지 않을까.

며칠 전 신문에 ‘동서 국제학학교 태권도 수업 개설’이라는 대문작 만한 제목의 기사가 실려서 자세히 내용을 읽어보았다. 한, 중, 일 아시아 3개국 특성화 교육을 실시하는 동서국제학 학교에서 이달부터 태권도가 정식 체육수업으로 개설된다는 것이다. 6학년생 전원에게 매주 2회씩 태권도를 지도받게 하고 10주 뒤엔 6학년생 전원이 하얀띠 과정을 마칠 수 있도록 뉴욕주 공교육 체육 표준 교과 과정에 맞춰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란다. 그리고 한국어 진흥위원회에서는 퀸즈 25학군과 26학군 내 모든 학교에 한국어반과 함께 태권도 수업을 개설하는 제안서를 공식 제출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어 올 가을 태권도반 개설 학교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반가운 뉴스였다. 뉴욕시 공립학교에서 최초로 태권도 수업이 개설되려는 찰나이다. 얼마나 바라고 기다렸던 일이었는가. 그렇다.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알리는데 태권도보다 더 좋은 과목과 도구는 없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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