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충격적인 한인노인 자살충동 보고서

2010-04-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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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노인 10명중 한명이 자살충동을 느낀다는 충격적인 통계보고서가 나왔다. 다가오는 5월 어버이달을 앞두고 관심을 끌게 하는 연구분석이다.

사우스플로리다대학교의 노인학교수 연구팀이 지난 2005년부터 2007년사이 60-94세의 미주거주 한인노인 47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 전체의 8.5%인 40명이 자살충동까지 느낄 정도로 심각한 우울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들의 이런 상황은 주로 경제적으로 열악하거나 건강문제로 인해 야기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 자식이나 주변에서 존경받고 도움을 받으며 살아야 할 노인들이 이처럼 정신질환을 앓으면서 노후를 보내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 가슴아픈 일이다. 지금이 아무리 노인 경시시대라 할지라도 이들은 분명 자식들을 낳아 성장시킨 훌륭한 어머니요, 아버지들이다. 이런 분들을 잘해드리지는 못할망정 자살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까지 우리가 방치했다면 이것은 우리들의 큰 잘못이다.

노인들은 누구보다도 가족의 도움이 많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미국에 와서 사는 한인노인들은 더욱이 어려움이 많다. 언어는 말할 것도 없고 교통수단이나 사회 제도 혹은 법규문제로 대부분 상당한 고충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들에 대해 가족이 무관심하거나 나 몰라라 외면한다면 노인들의 갈 곳은 어디인가. 이질적인 사회문화 구조속에서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니 노인들은 갈등과 혼란, 충격 속에서 자신을 제대로 가누기도 힘들 것이다.
그나마 건강이 허락하는 노인들의 경우는 별 문제가 없다. 한인사회내에 노인들을 위한 봉사센터, 상록회, 후러싱 경노회관, 노인상담센터 등을 찾아가 점심프로그램이나 교육, 문화, 교양, 스포츠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면서 소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저런 제약으로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노인들이 걱정이다. 노인들이 나이가 들어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이것은 우울증의 시작이고 생의 마감을 재촉하는 길이다.

나이가 많다고 포기하지 말고 노인들은 무엇이든 삶의 활력소가 되는 일거리나 공부, 취미 등을 찾아 해야 한다. 스스로 건강을 유지하고 삶의 보람과 의미를 찾는 것이 바로 노후를 건강하게 보내는 길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노인들에 대한 가족들과 커뮤니티의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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