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언으로 남기고 싶은 ‘금강경’ 독송

2010-04-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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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조교수)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 ‘승려와 철학자’(장 프랑스아 르벨, 마티유 리카르 공저)는, “죽음은 상당한 정신적 성숙을 이루지 못한 초심자에게는 두려움의 원인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전 생애를 바친 수도자는 죽음 앞에서 즐거워한다. 인간이라는 존재, 현상의 견고함, 소유에 대한 모든 애착이 사라진 이상 죽음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죽음은 친구 같은 존재, 삶의 한 단계, 단순한 옮겨감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부처는 늙어진 육체는 헌 수레와 같은 것이
라며 죽은 후 화장하도록 했다.

나는 장남이기에 부모님의 제사를 매년 지내주고 있다. 아내는 제사상에 올린 음식을 장만하는데 적어도 3시간 이상 시간을 소모한다. 제사를 지낸다는 것이, 한두 번도 아니고, 매년 지낸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자식들에게 이런 쉽지 않은 일을 부탁하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내 제삿날에 금강경을 독송해 달라고 부탁했다. 자식들에게 ‘금강경’을 한 권씩 나눠주었다. 정월 초하루에 자식들이 세배를 하러 오면, 내 부모님께 제사를 지내면서 자식들하고 같이 앉아서 함께 금강경을 독송했다.


금강경이란 한두 번 읽어서 알게 되는 책자가 아니다. 금강경이란 수십 번 읽어야 살짝 이해가 갈까 말까할 정도로 심오한 뜻을 포함하고 있는 책이다. 자식들에게 내가 유언으로 남겨두고 싶은 말이 금강경 안에 들어있고, 그리고 유산으로 남겨주고 싶은 책자가 바로 금강경인 것이다.모든 사람은 ‘나’라는 실체가 있다고 알고 있다. ‘나’라는 실체가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을 아상(我相)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우리가 태어나기 전의 ‘나’하고, 태아였었을 때의 ‘나’ 10살 때의 ‘나’ 50이나 90이 되었을 때의 ‘나’ 그리고 죽은 후의 ‘나’하고는 다 다른 ‘나’인 것이다. ‘나’라고 생각하고 있는 ‘나’가 이처럼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금강경은 “모든 상(相)이 상이 아닌 줄을 알면 부처를 알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상이 진짜 상이 아니라는 말이다. ‘나’라는 고정된 실체가 없기에, 부처는 무아(無我)라고 말했
다.

금강경을 독송해 달라고 부탁했다. 금강경을 한번 독송하는 데 대략 30-35분 정도 걸린다. 자식들이 금강경을 읽음으로 해서 인생이 무엇인가를 체득하게끔 도와주기 위해서인 것이다. ‘일체유위법(있고 없는 모든 법)’은/ 꿈과 같고 환상, 물거품, 그림자 같고/ 이슬과 같고 또한 번개와도 같으니/ 마땅히 이와 같이 밝게 봐야 하느니라” 이게 바로 금강경에 들어있는 부처의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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