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헬기에서 내리면 보인다

2010-04-2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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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렬 (교육가)


하늘을 나는 헬리콥터를 처음 보았을 때 놀라움과 함께 꿈을 꾸게 하였다. 집집마다 하나씩 소유하면 얼마나 편리할까 하고. 수직으로 이착륙을 할 수 있고 기체가 별로 크지 않으니 가능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런데 요즈음 생긴 헬기는 더욱 발달하여서 기체조차 보이지 않아 교통정리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4월은 대학 입시 결과를 알 수 있는 계절이다. 어떤 학생이 여러 대학에서 합격 통지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선택한 대학이 너무 의외여서 이유를 물었다. “우리 집에서 제일 먼 곳에 있으니까” 이어서 그는 보충설명을 하였다. “우리 엄마는 제가 대학에 가더라도 나를 감시하시겠대요. 남자학생과 마구 사귈까봐”. 분명, 그녀의 집에도 자가용 헬기가
있었다.

요즈음 부모가 이 자가용 헬기를 타고 현장을 쫓아다니며 자녀를 과잉 보호하고 있어서 생각할 문제를 던진다. 왜 이렇게 빠른 속도로 소위 ‘헬리콥터 부모’의 수효가 증가하고 있나? 왜 자녀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이토록 과잉 보호하는 세태가 되었을까. 생각해 보면 우선 지금은 전쟁을 하고 있지 않다. 전쟁을 하더라도 그 곳이 멀다. 대체로 자녀의 수효가 적다. 부모들이 깨달은 것이 학식 자본의 중요성이다. 거기에 학습 환경을 이상적으로 조성하면 큰 효과를 올릴 수 있다는 학설...등, 그들이 믿는 것이다.


그래서 시작한다. 먹는 것은 유기농 농산물, 입는 것은 자연 섬유로 짠 것, 부모의 검열이 끝나거나 교사의 추천을 받은 도서, 해로운 염료를 쓰지 않은 장난감, 부모가 먼저 만나본 친구...등 자녀의 소지품이나 주위 환경을 사전 조사한 후 자녀에게 제공한다. 위와 같은 자녀에 대한 과잉보호를 사회에서는 ‘헬리콥터 부모’라 한다고.“나는 험한 길을 걸어본 일이 없어요. 우리 부모가 미리 아스팔트 포장한 길로만 다녔어요” “그래서 행복하였겠네요” “재미가 없었지요. 가끔 넘어져서 다치는 것도 재미지 않아요” 그는 부모의 사랑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었다. 그래서 어려운 일에 부닥쳤을 때마다 생기는 면역성이 전연 없다는 것이다. 이 부모는 학교에서 소풍을 갔는데 비가 오자 우산을 가지고 현지까지 왔다. 그러나 다른 학생들을 보자,우산을 접고 같이 비를 맞으며 귀가하였다. 그가 만일 우산장수였다면 전교 학생에게 우산을 나누어주었을 걸.

재미있는 글을 읽었다. ‘기생충도 쓸모가 있다’는 김현영 교수의 글이다. 인간의 면역력은 타고난 것이 아니고 만들어지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기생충이 도움을 준다는 요지이다. 헬리콥터 부모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이다. 그들은 기생충을 미리 다 없애니까. 헬기를 탔다면 내릴 수도 있다. 아마 거기서 내려 자녀를 보면 새로운 그의 모습이 보일 줄 안다. 첫째, 왜 자립심이 없이 부모만 쳐다볼까. 둘째, 왜 어려운 일 앞에 서면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뒤로 물러설까. 셋째, 왜 처음부터 다른 사람의 의견만 따르려는 태세일까. 넷째, 왜 손이나 몸으로 하는 일이 그렇게 서툴까. 다섯째, 왜 자기 자신이 문제를 찾아 해결하려고 안 할까. 여섯째, 왜 생각하는 힘이 약할까...등 보이는 것마다 부족해서 불안한 마음을 갖게 하는 자녀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이게 부모가 바라는 결과였을까. 아니다. 부모는 정성을 다 하였는데 그 결과는 정 반대로 나타났으며 부모의 과잉 보호 결과이니 딱할 뿐이다.

각자가 타고 난 DNA와 교육적인 환경 조성과 본인의 노력으로 성과를 올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교육이다. 자녀 교육을 자연의 추세만 믿고, 무관심하면 곤란하다. 그렇다고 과잉 보호를 하면 역효과가 나기 때문에 중용의 도가 필요하다. 혹시 현재 내 자신이 ‘헬리콥터 부모’라고 느끼게 되면 오늘 바로 거기서 내려 자녀의 모습을 평가하는 것이 좋겠다. 참된 교육은 알맞는 거리에서 자녀를 지켜보며, 알맞게 도와주며, 알맞게 사랑해서 그들이 건강한 심신과 창의력 자본을 축적하도록 돕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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