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웨체스터 한인회의 과거와 미래

2010-04-2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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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국일보가 웨체스터 한인들의 이모저모 표정을 지상에 담아온 지 반년이 넘었다. 지역상의 이유도 있었지만 웬지 멀게 느껴졌던 한인 주류사회가 지면 속에서 한 치 한 치 가까워지고, 서로 모르고 지내던 이웃들이 “아하, 그랬었군요.” 친근해 하며. 구석구석 조그마한 일들을 연결시켜 주는 작은 역할을 감당해온 것은 웨체스터 판을 만들어내는 큰 보람이 아닐 수 없다. 때맞추어, 한 동안 여론의 뒤안길에서만 떠돌던 ‘웨체스터 한인회’가 드디어 새롭게 편성 발족되었다. 이 소식을 접한 지역 한인들의 온 촉각이 ‘기대 반 포기 반’ 예민해지는 것을 본다. 그동안 꾸준히 또는 잠시나마 ‘웨체스터 한인회’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의견 역시 분분하다. 그러나 지난날 웨체스터 한인회에 대해서 무조건 냉담했던 때와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이에 동포사회 한가운데서 꿋꿋이 자리 지키고 있는 한국일보의 웨체스터 지국의 입장에서 이들의 소리에 귀기울여 본다.한인 단체들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던 이 지역한인들에게는 웨체스터에 존재했던 한인회가 공익을 위한 실질적인 단체라기보다는 회원 간의 친목기관이라는 이미지를
남겨준 듯 하다. 이곳에 대다수 한인들이 미국 직장이나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는 이 지역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끼리의 모임이라는 인상을 심어준 것이다.

더우기 얼마전 노인복지를 위해 설립된 ‘녹지회’의 회장직이 불과 몇 달 사이에 공석이 되며 아직 새 회장이 정해지지 않은 것 등을 목격한 사람들은 한인회가 다시 생긴다고 해도 ‘역시 별수 없을 것이다.’라는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뉴저지는 물론, 퀸즈 한인회를 비롯해 브루클린, 스태튼 아일랜드, 롱아일랜드 등 뉴욕 일원의 각 지역에 크고 작은 지역 한인회가 성립되어 나름대로 활동하고 있는 데 비해, 기존의 웨체스터 한인회’는 그나마 수년 간 명맥 유지조차 어려웠었다. 1998년도에 실업인 협회로 시작한 웨체스터 한인회 초창기에는 지역사회의 구심역할을 시도하며 참전용사비 건립, 장학생선발 등의 활동을 전개했으나, 회장직이 바뀌고 연임되면서 5대까지 유지는 되었지만 활동은 전무했었다.


그 원인을 찾는다면 여러 가지겠지만, 한인 밀집 지역이 별로 없이 넓은 지역에 펴져 거주하는 이곳 한인들의 개인성향에서부터 찾아보는 것이 좋겠다. 즉 조용한 생활을 선호하며 한인회라는 기관에 아예 관심을 갖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따라서 한인회가 이 지역 한인들의 특징을 잘 파악하여 공통관심사를 다루며 단체를 이끌어가기 보다는 구태의연한 고정관념-끼리끼리 뭉쳐 자신의 명예 지키기에 급급한-에서의 탈피를 시도하지 못한 점이 근본적인 이유일
것이다.하지만 이 지역에 제대로 된 한인단체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같은 의견들이다. 이곳에서 20년, 30년을 살고 있는 한인 올드 타이머들이 당면한 ‘노인문제’와 또한 학군 찾아 타 지역에서 이사 온 인구, 본국에서 직접 이곳으로 온 새로운 이민자와 어린 자식을 둔 1.5세 및 2세 등 새로운 인구가 크게 구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초대회장 최상수씨에 의해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구성, 오랜 시간 뜸을 들여 의욕적으로 업무를 시작한 ‘웨체스터 한인회’가 과거를 거듭하지 않기를 바라는 소리가 그 만큼 큰 것이다. 골프대회나 연말 댄스파티로 명맥을 유지해오던 과거에서 한 단계 업 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기 원하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 이후 각 소수민족들이 더욱더 자신들의 정치력을 키우기 시작한 이때에 우리도 조금이라도 더 한인 동포의 힘을 키우는 일에 기여를 하는 그런 한인회를 기대하는 것이다.

바라건데 이곳 한인회는 부디 개인적으로 정치적 힘과 명예를 얻으려는, 감추고 있으나 뻔히 드러나는 그 목적을 버리고, ‘지역사회의 이익을 도모하여 봉사 협조한다’는 근본적인 의식을 가져야 한다. 즉 서비스 정신이 합쳐진 명실공이 커뮤니티의 지도자라는 사명감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업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웨체스터의 우수한 인력자원을 끌어드려 실질적이고 유익한 프로그램과 의미있는 행사를 마련하여 한인의 구심점이 되어주는 것이다. 먼저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곳에서 단단한 기초를 닦은 후에 전체 뉴욕 한인과의 공동의식을 갖고 전 미국 사회에 한인의 위상을 올리는 일에도 유념을 해야 할 것이다.

시련을 겪고 일어선 웨체스터 한인회가 부디 신선하고 품위있는 한인회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그렇지 않고는 한인회라는 단체에게 붙여진 정치적 과시용이라는 일반적 기존개념을 결코 피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남달리 지성을 갖춘 만만치 않은 웨체스터 한인들의 따가운 눈초리와 쓴맛의 충고를 기꺼이 받
아드리는 자세로, ‘웨체스터 한인회’가 동포사회의 모범이 되어서 ‘한인회’라는 기관도 칭찬을 받을 수도 있다는 신화를 이뤄나가길 바라는 것은 지나친 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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