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소유와 무소유

2010-04-23 (금)
크게 작게
김철우 (자유기고가)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차이는 무엇일까? 거지 한사람이 있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소유물이란 입고 다니는 누더기 옷 한 벌과 너덜거리는 신발, 그리고 밥을 얻어먹기 구걸할 빈 깡통 하나가 전부였다. 그래도 집이 없어 불날 걱정 없어 좋고, 자동차가 없으니 사고 날 염려 없어 좋고, 도둑맞을 염려 없어 좋고, 그렇게 편안 마음으로 살아갔다. 그런데 그의 마음속에 탐욕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는 다른 거지들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열심히 뛰어 다닌다. 그리고 한푼 두푼 모은 돈으로 복권을 구입했는데 운좋게도 거액의 복권에 당첨되었다. 처음에는 그의 눈을 의심하였다, 당첨된 번호를 아무리 보아도 현실이었다. 이게 꿈이 아닌가 하고 자신의 살을 꼬집어 보았다. 정말로 벼락부자가 된 것이다, 그는 한강 다리 위에 올라 큰 소리로 외쳤다,

“깡통 생활은 오늘부터 끝이야, 깡통이여 안녕!” 하면서 깡통을 물속에 날려버렸다. 기쁨과 희열감에 넘쳐 깡통 속에 복권이 있는 것을 잊어버리고... 다음날, 그는 다시 빈 깡통을 구하기 위해서 이리 저리 헤매야만 했다. 법정 스님의 저서 ‘무소유’가 1993년 증보판이 경매에 나와 110만원에 낙찰되였다는 신문 기사를 읽고 나의 마음도 동요하기 시작했다.


30년 전 읽었던 책, 기억도 가물가물한 책, 버스나 지하철 같은 곳에서 읽기 쉽게 그렇게 책을 작게 만들었는지, 아니면, 종이 값이 비싼 시절 출판비용을 줄이려고 그렇게 초라하게 만들었는지 알 수 없으나 겉표지 보다 알맹이가 좋아 읽었던 책, 그 책이 이제는 일반 서점에서 살수 없는 귀한 책이 된 것이다. 방을 모두 뒤져 보았으나 책꽂이에 꽂혀 있어야 할 그 책이 보이지 않았다.

한권의 책을 찾기 위해 갈피를 못 찾고 눈이 어두워 이리 저리 해매는 나의 모습이 부끄럽다, 무엇을 잊어 버렸다는 것은 무엇을 가졌었기 때문이다. ‘무소유’란 책을 읽지 않았든가, 그 책을 소유하지 않았다면, 번뇌도 일어나지 않았을 게 아닌가. 태어난 죄, 살아가는 생활이 업(業)인 것을 어찌할 것인가.
우리는 무엇을 제 것으로 가지고 있는 것을 소유라고 할 때 무소유는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난초를 나의 소유물로 가지고 있을 때 난(蘭)으로 말미암아 나의 마음도 얽매이게 되므로 난(蘭)을 놓아줄 때 나의 마음도 번뇌에서 벗어난다는 뜻이지 난을 소유하지 말자는 뜻은 아닐 것이다.

스님의 책이 베스트셀러라는 이유, 책을 절판하라는 유언, 서점에서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다는 이유 때문에, 그래서 그 책을 소유하고 싶다면 인쇄된 책만 보는 것이지 스님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잊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