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한인사회에 필요한 단체

2010-04-2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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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한인사회 인구수나 규모가 점차 비대해지면서 한인단체의 숫자도 엄청나게 많아졌다.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뉴욕과 뉴저지일대에 산재한 각종명목의 한인단체 수는 현재 7백개 이상에 달한다고 한다. 한인커뮤니티의 용량이 커진 것은 사실이나 이 많은 단체가 이런 저런 이유로 한인사회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저으기 놀라운 일이다. 숫자에 비해서 활동사항이나 그 결과는 이에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인커뮤니티에 단체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한인사회가 살아 숨쉬고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많은 단체들이 실제로 하고 있는 활동이 무엇인지 보게 되면 단체마다 가진 명목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는 곳은 숫자만큼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내가 잘못 본 것일까.

한인사회에 이름 내걸고 조직된 단체들은 대부분 비영리 기관의 봉사단체로 거의가 회원간의 친목, 회원들의 이익도모와 권익신장, 정보교환 등이 주목적이다. 그런데 이 설립취지를 제대로 살려 회원 공동의 이익을 위해 정말 제대로 활동하고 있는 단체는 몇 개나 될까? 지금까지 보면 어떤 단체는 공동의 이익보다는 회장이나 이사장, 혹은 다른 임원들의 세 과시나 명함 내기, 얼굴 알리기 등으로 개인의 명예나 이익을 위해서 존재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적지않은 한인들이 ‘단체’하면 소리만 들어도 식상해 한 것이 사실이다. 허울좋게 단체라는 이름만 내걸고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는데서 나오는 결과다. 이제 와서 새삼 단체를 들먹이는 것은 한인사회의 이민연륜이 길어지고 커뮤니티가 팽배해지면서 단체의 결집력이 갈수록 필요해짐을 느껴서다. 특히 한인사회의 생계와 가장 밀접한 직능단체의 역할은 그 어느 때 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직능단체들은 지금까지 해오던 친목, 봉사 활동에서 벗어나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 연구하고 활동하는 그런 길로 가야 모두가 살 길이다. 직능이라는 좋은 칼자루를 쥐고 단체라는 조직을 잘 활용하면 한인사회가 안정될 수 있는 기반은 얼마든지 단단하게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뉴욕시에서 한인들이 거의 장악하다시피 한 청과, 델리, 네일, 세탁업계가 다 마찬가지다. 이들 업계들이 오늘날 이만큼 올라오기까지 사실 얼마나 어려웠는가. 이런 좋은 여건에 타인종이 침투 못하도록 난공블락을 요새화시켜 한인들의 생계터전을 굳건히 지켜나가는 것이 바로 지금 직능단체가 할 일이다. 다시 말하면 업계별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함으로써 질적인 성장을 추구해야 된다는 말이다. 한인 커뮤니티의 오늘날 기반은 이들 업종이 외부에서 타민족을 상대로 돈을 벌어 들어 왔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들의 노력으로 커뮤니티가 살찌면 한인사회에서 배출되는 수많은 전문직종의 2세들이 더불어 살찌고 육성되는 것이다. 이제 한인업계가 할 일은 커뮤니티의 전문인 보호와 육성, 또 다른 발전을 위한 집단적인 논의와 연구, 분석이다.

얼마전 뉴저지주에서는 세탁업계의 환경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뉴욕 및 뉴저지 일대에는 한인세탁업계가 총 250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이 많은 숫자라면 무얼 못하겠는가. 엄청난 힘을 만들어낼 수 있다. 우리가 비즈니스 하는데 불리한 법안은 없는 가 조사하고 그 법규들을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청과업계의 그린카트 법안을 만들려고 하는 당국의 움직임에 우리는 이를 완화시킬 수 있는 법규를 만들어 이 법안에 따른 부작용을 차단시켜야 한다. 업계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방향으로 우리가 미리 선수치고 나가면 되는 방법 등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업계가 힘을 모아 우리편에 서있는 의원들을 도와 우리에게 불리한 법안과 상충되는 비즈니스 방어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해당 지역출신 의원들과 평소 깊은 유대관계를 맺고 업계에 필요한 법안을 만들도록 열심히 지원하는 것이 직능단체의 역할이다. 공연히 허울좋은 명칭만 가지고 활동을 제대로 안하는 단체는 존재할 이유가 없는 유명무실한 조직이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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