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런 목회자들도 있습니다

2010-04-2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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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년간 목회 일선에서 물러나 교수 사역만 하다가 지난 해 초부터 LA동부 지역에서 다시 목양을 시작하였습니다. 부임한 교회는 일전에 아름답게 성장했던 교회였는데 지난 몇 해 동안 어려움을 겪으면서 100명 남짓한 교우들이 출석하고 있었습니다.

침체된 교회를 일으켜 세우고 잃어버린 영혼을 구원하며 지역사회를 섬기는 사역을 중심으로 열심히 목회하던 중 문득 깨닫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른 교회를 세우려는 많은 노력 뒤에 있던 저의 숨은 동기를 발견하고 스스로 놀라고 말았습니다. 다시 말해서, 바른 설교, 좋은 목사, 사랑이 넘치는 교회 공동체를 이루고 싶은 제 열정 뒤에는 다른 교회보다 더 나은 설교를 하고 더 좋은 믿음의 공동체를 이루겠다는 경쟁적 동기도 숨어 있음을 보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동안 수없이 지적했던 이민교회 문제점을 바로 저의 목회에서 발견하였던 것입니다. 오늘 이민 교회의 문제 중 하나는 목회자들이 이웃교회를 복음 전도의 동반자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자로 여긴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목회자의 일차적 관심이 잃어버린 영혼을 구원하는 것보다 교회 성장에 있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이웃교회와 경쟁구도로 사역하게 되는 것입니다.


‘양 도둑질’이라는 책에서 윌리엄 채드윅은 오늘날 많은 교회가 사람들을 끌어들일 효과적이고 좀 더 창의적인 방법을 찾고 있는데 이를 위해 더 멋진 설교, 더 나은 예배, 더 세련된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그런데 교회들이 이렇게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지만 실제로 처음 예수님을 믿고 교회에 나오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며 대신에 기성 교인들이 이 교회에서 저 교회로 옮기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하면서 수평이동에 따른 성장은 비성경적이며 비도덕적이라고 비판합니다. 이어서 목회자들이 어려운 영혼구원보다 손쉬운 성장을 선호함으로써 마침내 기독교 전체의 쇠퇴를 가져오게 되고, 그 결과 목회자들은 스스로 자신을 생존경쟁의 정글에 내몰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연약해진 교회를 건강하게 회복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앞만 보며 열심을 내던 저의 사역에 섞여있던 강한 경쟁의식을 보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던 중 지역교회 교역자 월례 모임을 통하여 저는 신선한 충격과 도전을 받았습니다. 이 모임은 같은 지역에 있는 8개의 모든 한인교회 목회자들이 모여서 지역교회를 위해 함께 기도하며 목회정보를 나누는 모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통상적인 지역 목회자 모임, 친교 중심의 모임이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 모임에서는 목회자들이 솔직하게 자신들의 고통과 실패, 문제들을 나누고 서로를 위해 위로하며 손을 얹고 간절히 기도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역교회들을 위한 중보기도 운동이 각 교회 새벽기도를 통하여 전개되고 있었습니다. 교단이 다르고 교파가 달랐지만 지역교회의 임직식이나 특별집회에 서로 왕래하며 축하하고 격려해주는 참 복음의 동반자의 모습들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1,000명이 넘는 교회도 있고, 40~50명이 모이는 교회도 있는 등 8개 교회들의 규모는 제각각입니다. 그러나 이 목회자들의 모임에는 진정한 복음의 동반자로서의 동역자 의식이 있었으며 힘겨워하는 이웃교회의 목회자를 바라보는 젖은 눈이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교회간의 과열 경쟁이나 교인 쟁탈전과 같은 모습 때문에 이민 사회의 가십거리가 되기도 하는 오늘의 현실 속에서 아직 이런 목회자들과 지역 교회들이 있기에 우리 이민 교회의 앞날이 밝다고 저는 말하고 싶습니다.


박혜성 목사
남가주휄로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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