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글로벌화 한국드라마

2010-04-1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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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자 (의사)

필리핀계 정신과 의사인 친구와 나의 집에서 가끔씩 한국음식을 먹으며 주말을 함께 보낸다. 그녀는 위성방송으로 시청하고 있는 한국 드라마에 푹 빠져 있다. 한국 드라마가 방영되는 저녁시간에는 응급환자 이외에는 전화도 받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 드라마의 제작 수준이 우수하고 온몸으로 연기하는 연기자들을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을 한다.

드라마를 통해 본 한국주택의 우아한 실내장식과 한국 주부들의 세련된 의상의 패션 감각은 뛰어나다고 한다. 한국 드라마 열풍은 우리 고유문화의 우월성과 저력을 보여준 것이다. 게다가 동남아시아와 초원지대의 몽골, 인도, 아프리카, 중동까지 높은 시청률로 인기리에 수출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에도 위성방송으로 한국드라마를 보는 한인들이 많아져서 한국 드라마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미국에서 자란 1,5 세들도 인터넷으로 시차 없이 한국 드라마에 열광하고 있는 것을 보면 신기하지 않은가? 재미한인들은 거실에 앉아 왜 한국드라마를 볼까?


등장 인물들의 모습이 나와 닮았고 같은 말을 쓰고 문화와 풍습이 같기 때문이다.드라마 속에 온 가족이 밥상에 둘러앉아 있는 장면이 나오면 나도 그들의 가족의 한 사람이라고 느껴진다. 미국 TV에서 주부들을 대상으로 방송하는 홈 멜로 드라마(SOAP OPERA) 연속극의 가족개념과 가치관은 너무나 이질적이다.
며느리가 시아버지와 시어머니의 이름(First name)을 친구이름처럼 큰소리로 불러댄다. 고부간도 동등한 수평관계다. 한국 드라마에서 시어머니를 어머님이라고 깍듯이 부르는 수직관계의 한국전통문화와는 너무나 다르다. 한국드라마 속의 이색적인 풍경은 젊은이들의 음주문화다. 한국드라마의 젊은 남녀 주인공들이 실패와 좌절에 부딪쳤을 때 정신을 잃을 정도로 술을 퍼 마시는 장면이 너무 자주 나온다. 초점 없이 풀어진 눈동자와 혀 꼬부라진 소리, 뼈 없는 연골동물처럼 흐느적거리는 술주정 연기는 눈살을 지푸리게 한다. 드라마에서 조연으로 출연하는 인물은 고급 승용차와 개인 운전사다.

한국 신흥귀족의 사모님이 외출을 하게 되면 호화주택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운전기사는 허리를 굽혀 공손히 절을 하고 자동차 문을 열어준다. 사모님은 자동차 뒷좌석에 앉아 식물 인간처럼 손 하나 까딱 움직이지 않는다. 한국사회의 특권층의 권위의식을 말해준다.미국의 중상층 주부들을 개인 운전사가 백화점으로 모시고 다니는 풍경을 상상할 수 있을까? 또 드라마에서 뻔한 줄거리는 주인공의 출생의 비밀이다. 재벌인 유부남과의 불륜으로 아이가 탄생한다. 아이를 낳은 어머니는 냉혹하게 버려지고 아이는 생부 밑에서 성장하면서 운명을 역전시킨다. 성장 후에 두꺼운 출생의 비밀이 벗겨지기까지 엿가락처럼 질질 끌고 간다. 기성세대는 남을 짓밟고 돈을 긁어 모은 수전노와 불륜으로 비극의 씨앗을 잉태하는 비도덕적인 사람으로 묘사하고 있다. 또 드라마에서 빠질 수 없는 이야기는 부모와 자식들과의 갈등이다. 드라마에서 부모는 늘 낡은 시대의 폐품 같은 인물로 부각시킨다.

하루의 삶은 전쟁터다. 출생의 비밀이나 사회계층간의 갈등이 아니더라도 어려움을 극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얼마든지 있지 않을까? 이제 한국드라마는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이러한 문화의 교류는 위성방송으로, 디지털 미디어로 유통될 수 있는 글로벌 시대에서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나의 외국친구가 한국 드라마에 더욱 푹 빠지게 하고 싶다. 글로벌화의 한국드
라마로 업그레이드 해서 더욱 공격적으로 마케팅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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